1995년도에 신학교를 들어갈 때 나이 30이었습니다.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신 나이와 같아, 여러 가지 꿈을 꾸곤 했습니다. 그러나 처음 전도사를 시작했던 교회가 1996년도에 분규가 일어나면서부터 참으로 쉽지 않은 생활을 했습니다. 교회도, 가정도 결코 평탄하지 못했습니다. 신학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할 만큼 어려울 때 큰 사건이 터졌습니다. 그날은 기독교교육 중간고사가 있던 전날이었습니다. 밤새 잠못 이루고 새벽을 맞이했는데, 도저히 시험 볼 자신이 없었습니다. 새벽이지만 어렵게 담당 교수님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시험을 못보겠다는 말씀보다는 내 삶의 고통을 그냥 말씀드렸습니다. 교수님은 그 새벽에 제 이야기를 흘러듣지 않고 다 들어 주셨습니다. 이야기를 다 들으신 교수님이 “김전도사, 나 같으면 그냥 멀리 도망갔을 거야. 시험이 뭐 그리 중요한가? 오늘 학교 오지 말고 그냥 어디론가 떠났다가 오지”라고 생각지도 않은 큰 위로를 해 주셨습니다. 그때, 교수님이 하나님의 종이 되겠다는 사람이 왜 그렇게 약해? 기도하고 다시 일어나“ 라고 말씀하셨다면 정말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제 인생에 귀한 스승을 만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나 같으면 그냥 멀리 도망갔을 거야" 라고 하셨던 이해, 그리고 공감해줌... 신앙의 잣대로 이야기 하지 않으시고 그냥 내 모습을 받아 주셨던 교수님이 계셨기에 1996년도 어려운 순간을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 교수님이 이번에 모교의 총장이 되셨습니다. 한국 기독교윤리실천 운동본부(기윤실) 대표로 계셨던 임성빈 교수님 이십니다.
총장이 되셨다는 말씀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지난 화요일에 사랑하는 두 분의 총장님을 모시고 같이 식사를 하였습니다. 서정운 총장님, 그리고 임성빈 신임 총장님....
저희 집사람도 지은 죄가 있어서 그런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교수님의 총장되심을 기뻐했습니다. 이제 20년이 흘렀음에도 좋은 영향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한자로 은사는 은혜를 끼친 스승이라는 뜻입니다. 서정운 총장님께는 본 훼퍼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2008년도 인가는 온 교인들 앞에서 아끼셨던 마틴 루터의 흉상을 주시며, 그렇게 살아달라고 부탁하셨었습니다. 때때마다 윤동주를 좋아하는 줄 아시고, 윤동주 관련된 글이나 사진 등을 보내주시며, 잊지 못하도록 하셨습니다. 삶의 모습이 그러셔서 그런지, 80이 다 되어가시는데도, 세계로 흩어진 제자들에게 늘 불려다니시는 인기 스승입니다. 서정운 총장님은 그렇게 삶의 모습으로 제자들에게 은혜를 끼쳤습니다.
임성빈 교수님은 기독교인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의 본질적인 질문을 알려 주셨습니다. “나 같으면 멀리 도망갔을 거야” ...
책망하시기 보다는 그냥 옆에 있어줌으로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만드셨습니다. 이번 주에 영락교회에서 설교하신다고 하는데, 그 복잡한 교회에 어떤 말씀을 전하실까 궁금해집니다. 아마 어느 편에도 서지 않으시고 그냥 고통 받는 예수님, 그분의 몸 된 교회에 서 계시는 것을 선택하실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인생에 있어서 큰 은혜를 준 선생님이 계시다는 것이 때때마다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