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단기 선교를 간 것은 26년 전 필리핀 선교였습니다. 한국 CCC 가 처음으로 해외선교를 시작할 때 입니다. 80년대 중반부터 젊은이들 사이에 선교사로 헌신하는 일들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리고 90년대에 들어와 경제부흥과 맞물려 한국교회에서 단기 선교를 나가기 시작한 것은 그 즈음입니다. 거의 매년 두차례씩 해외선교를 다녀왔었습니다. 그리고 신대원에 들어갔을 때 선교경험이 많다고 ‘선교부장’ 타이틀도 얻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2천년 미국으로 들어오기 전날까지 중국에 있다가 왔습니다. 마지막 사역이라 생각해서 미국 오기 전날까지 중국에 있었으니, 미국으로 오는 모든 짐을 싸는 일은 아내의 몫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참 미안한 일입니다.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되어서, 중국선교보고가 있다고 해서 어느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그 교회 목사님이 다녀오신 지역은 제가 전도원들까지 아는 곳이었습니다. 그 목사님의 사역보고는 정말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간증이었습니다. 그런데, 거의 다 과장된 한마디로 ‘뻥’이었습니다. 내가 얼마 전까지 있었던 곳, 매년 두차례씩 다녔던 나라, 그리고 제가 아는 사역자들이 있는 곳인데 어떻게 저렇게 말할 수 있지? 저는 그날 목사님을 노려보았습니다. 저를 초대한 분은 ‘이 목사가 왜 저런 표정을 짓나’ 생각했을 것이고, 제 성격을 아는 아내는 옆에서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제 나이 34살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마침 미국에서 만난 크리스챤 신문사 기자와 중국선교의 실체라고 해서 씨리즈로 글을 기고하기로 결정까지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으신다는 생각이 들어 마지막에 취소하였습니다. 순진하게 선교하는 분들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선교는 아무래도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있어야 선교헌금도 많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기선교 갔다 온 분들도 고생고생 해야 왠지 주님의 일 하고 온 것 같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그때 글을 썼다면 어땠을까요? 한마디로 많은 분들을 힘들게 했을 것입니다.
저에게는 아직도 그런 요소가 많습니다. 누군가 선교가 어떻고 저떻고 말하면 뭐 그렇게 요란하게 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르헨티나 삘라 가족을 입양해서 7년 동안 매년 갔던 적이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최북단 물도 전기도 없는 모든 사람들이 맨발로 다니는 곳입니다. 그때 그곳을 다녀온 어른들 중에는 그들이 눈에 밟혀 장기 선교로 그곳에 들어가서 농사짓고 그들을 도와 살려고 하셨던 분도 계셨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무려 1천마일 떨어진 곳입니다. 그곳을 차를 렌트해서 28시간 쉬지 않고 가서, 텐트 치고 같이 먹고 자고 한 후에 그들을 다시 데리고 와서 훈련시켰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시간들을 통해서 배운 것이 있습니다. 너무 많은 경험이 좋은 면도 있지만 그것이 현지 선교사님들 힘들게 했다라는 것입니다. 쉴틈을 안준 것입니다. 사람에게 있는 것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선교사님들도 본인들이 한 일들을 알려주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데, 그 마음을 너무 몰라줄 때가 있었다라는 것입니다. 어느날부터 그것을 깨닫고는 단기 선교는 장기선교사가 선교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령 잘 알아도 모른 척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무려 15명이 과테말라 선교를 다녀옵니다. 우리가 가서 해야하는일은 아는 척, 잘난 척, 있는 척 안하고 선교사님이 하시는 말씀에 “와우”하고 감탄사를 많이 연발하는 것, 우리의 사역에 열매가 있다면 “선교사님이 기도로 터를 닦으셔서 그렇습니다” 고백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교우들에게 기도부탁 드립니다. 가기 전에 몸이 안좋은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거기다가 이곳에 많은 일들을 내려놓고들 가십니다. 혹이나 선교 왔으니 열심히 감당하겠다고 하시다가 도리어 선교사님께 짐이 될까 두렵습니다. 모두 건강하게 다녀올 수 있도록 기도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