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들중에 “목사님도 드라마를 좀 보세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소개한 드라마는 “태양의 후예”입니다.
한마디로 광풍을 일으키는 드라마라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그 드라마를 보다가 어떤 여자가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주인공의 인기도 큽니다.
아들 예석이가 휴가 나왔었습니다. 아이가 한국을 갈 때 보내는 마음은 한국을 잘 알고 이해하고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아이는 훈련은 다 괜찮은데 말이 안되서 너무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더 힘들어하는 것은 지금 근무하는 상황입니다. 아이가 있는 ‘국방재정관리단’은 서울 용산에 있는데다가, 군인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무려 17조 국방예산을 집행하는 곳입니다. 통역병으로 갔지만 실제로 통역할 일은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국말을 통역할 만큼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루에 4시간 보초서는 일이 하루 일과의 끝이다 보니 갈등을 많이 하고, 작년 말부터 하던 이야기는 해외파병을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해외파병을 하면 월급도 더 많이 주고, 군생활에 대한 보람도 더 느낄 수 있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습니다. 그랬는데, 이번에 와서 파병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파병을 위한 토익시험에 만점을 받아 경쟁자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문제가 아니랍니다. 문제는 바로 ‘태양의 후예’라는 드라마 때문이랍니다. 그 드라마에서 해외파병 군인들이 얼마나 멋지게 나왔는지, 해외파병 가려는 병사들이 몇 배나 늘어서, 경쟁률이 10대 1정도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대체 그 드라마가 뭐냐고 물어 보면서 이해했습니다.
오래전에 저희 교회를 섬겼던 집사님이 한국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합니다. 가끔 전화를 하시는데, 뜸금없이 ‘태양의 후예’이야기를 꺼냅니다. 이유인 즉은 하두 옆에서들 권해서, 일이 없는 금요일, 토요일 이틀간에 걸쳐서 드라마를 쭉 보았답니다. 보고 또 보고, 그런데, 다음날 예배를 드리는데 설교시간에 드라마 주인공의 얼굴이 아른거려서 혼났다고 말하며 웃더라구요. 이쯤되면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습니다.
어느 자매가 예배 후 인사하는데, 어투가 이상합니다. 그래서 그건 뭐냐고 물었더니 요즘 유행하는 어투라고 하면서 ‘목사님도 좀 드라마를 보세요’라고 하며 아주 짧은 장면을 보내주었습니다. 바로 거기에 나오는 군인의 어투입니다. “그랬습니까” “그랬지 말입니다”
예전에 젊은이들과 사역을 할때는 당장 써먹었을 어투들인데, 이젠 익숙하지도 않습니다. 아내는 예석이와 함께 드라마를 본 이후로 계속해서 보고 싶은가 본데 저는 시간이 지나면서 내용을 잊어버렸습니다. 고난주간을 정말 빡세게 보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의 순기능이 있다고 봅니다. 대리만족입니다. 주인공이 돼서 누리는 즐거움입니다. 부활절도 드라마틱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죽을 죄인인 나를 위해 하나님의 아들이 죽었습니다. 얼마나 미안한 일입니까? 드라마를 보면서도 우는데 생각만 해도 가슴 아프고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드라마의 역전처럼 역전이 일어났습니다. 나대신 죽었던 그분이 다시 살아났다고 온세계가 소리를 지르는 것입니다. 참 다행입니다. 오늘은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의 부활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