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신대원에 처음 들어갔을 때, 가을 사경회를 하였습니다. 그때 오셨던 강사가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님이셨습니다. 머슴신학으로 유명하셨던 분, 제대로 된 학교를 나오지 않고 성서신학교 출신인데(오늘날 같으면 아예 대학원 진학자체가 불가능한 학교) 겨우 신학대학원에 들어가신 분, 자전거를 타고 그 옛날 천호동에서 학교를 통학하신 분, 교회에 가난한 분들이 너무 많아 자신의 집을 안갖겠다고 하셨던 분, 그리고 강사들을 모시기 위해서 세워진 그랜저 차가 있을지언정, 목사님이 타고 다니셨던 차는 티코였던 분! 새벽기도로 교회를 일으킨 분!
지금으로부터 23년, 제가 들었던 김삼환 목사님은 그런 분이셨습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구수한 설교, 언제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탁월한 이야기식 설교... 지금도 사경회때 들었던 말씀이 기억날 정도입니다.
목사님의 아들 김하나 목사님은 후배입니다. 누구보다 탁월한 설교가입니다. 김하나 목사님이 신대원 시험을 처음보고 떨어졌습니다. 그것이 명성교회의 부끄러움이 아닌 자랑이었습니다. 신학교의 자랑이었습니다. 자기 실력으로 들어가야 하는 신학교... 총회장 아들도 떨어뜨리는 학교,
오직 자기실력으로만 가야하는 학교...
재수하고 김하나 목사님이 신대원을 들어왔습니다.... 그분을 아는 분들은 그분이 누구보다 개혁적인 분이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교회를 개척해 나갈 때, 아버지의 후광이 있었다고 하지만 몇천명 교회를 아주 훌륭하게 이끌어 갔습니다.
그리고... 김삼환 목사님의 후임으로 김하나 목사님이 되었습니다. 저는 목회세습에 대해서 뚜렷한 생각은 없습니다. 시골의 작은 교회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서울을 떠나 내려와 고생하는 것이나, 큰교회 목사가 되는 것... 하나님 앞에서는 모두 같은 일이다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큰교회 목회가 대우는 더 좋을지 모르지만 목회가 더 편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통합교단 ‘세습방지법’이 통과되었을 때, 이런 법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부끄럽게 생각했습니다. 굳이 이런 법을 만들어야 하는가 칼럼에도 썼습니다. 그런데, 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럼 지켜야지요. 법인데 말입니다.
얼마전 총회재판국은 명성교회가 김하나 목사를 세운 것에 대해서 판결을 내렸습니다. 8대7! 한표차로 문제없다고 판결을 한것입니다.
존경하는 김지철 목사님(소망교회 은퇴목사님)은 김삼환 목사님께 교단을 떠나달라고 부탁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명성교회를 위한 것이 김하나 목사님을 세우는 것이라면 굳이 다른 교회의 일에 말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단을 대표하는 교회에서 일어난 일이 그렇지 않아도 돌맞는 한국교회에 불을 붙이고 타죽게 만드는 일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오랜 더위에 논을 보는 농부의 마음이 타들어가듯이 산불로 인해 복음자리를 잃은 분들의 마음이 타들어가듯이, 내 사랑하는 조국의 교회들을 보며 저도 마음이 타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