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추수감사절이 되면 신학교에 온 동문들, 그리고 미국에 갓 온 분들이 LA에 계신 목사님의 집에 모여 애찬을 나눕니다. 보통은 열댓명이 모이는데, 올해는 20여명이 넘는 목회자들과 가족까지 합치면 40여명이 모인 것 같습니다.
몇 년 동안 가지 못한 모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래쪽에서 사시는 총장님을 모시고 가야했기에 거절치 못하고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저보다 10년, 혹은 12년 후에 학교를 졸업하신 분들도 오셨습니다. 갓 미국생활을 하신 분들입니다.
그분들의 모습에서 16년 전 제 모습을 보게 됩니다. 빠릇빠릇하게 움직이고, 만연에 웃음을 띈 모습입니다. 미국생활이 신기하고, 모든 것을 하나님이 다 해주시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덤벼드는 모습입니다. 무서울 것이 없을 때 이고, 누가 불러주면 신이 나서 아이들 다 데리고 움직일 때입니다.
지금 섬기는 교회는 어디십니까? 일상적인 질문에, 미국을 배우기 위하여 여기저기 미국교회를 나가고 있습니다 하는 유학을 오신 목사님들이 하시는 멋진 말을 남기는 것도 16년 전이나 똑같습니다.
거기에는 또한 일본 선교사로 14년을 계시다가 교회를 접고 오신 분도 계셨습니다. 아마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셨나 봅니다. 그런 분들은 차분합니다. 이미 이민교회를 어쨌든 오래 경험하셨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오랜 부목사로 계시다가 교회를 개척하신 목사님, 미군 채플린으로 나가신 분들... 안식년으로 와 계신 교수님들....
모두들 웃고 있지만 그분들에게 보이는 것은 외로움입니다. 목사들이 외롭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모이면 위로를 받습니다.
서정운 총장님이 뉴질랜드 다녀온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뉴질랜드에 한인교회들을 위한 모임이 있었나 봅니다. 그 모임에 대한 소회를 사모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갈 때는 몸이 힘들었고, 떠날 때는 마음이 힘들었다.”
은사 목사님이 오신다고 아주 먼 촌구석에서도 모두들 모였다고 합니다. 아주 먼 곳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비행기 값은 이민목회를 하는 분들에게는 너무나 큰돈입니다. 그리고 보자 마자부터 울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외로웠던 것입니다. 무려 뉴질랜드에서는 32명이 모였다고 합니다. 모여서 먹고 떠들고 찬양하고 예배드리고 ... 그것이 경건이고 은혜입니다.
참 이상합니다. 목사님들과 만나면 그냥 웃고 떠들다 옵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은혜가 있습니다. 목사들이 모이면 짧게 어른이 기도만 하지, 통성기도 하고 간증하는 것 없습니다. 그냥 웃고 떠들다가 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것이 힘이 됩니다. 그 자리에 어른이 계시기에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시간도, 여유도 없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주 시시껄렁한 이야기에도 박장대소 합니다. 계속 웃다가 돌아왔습니다. 한바탕 웃음 속에 경건이 생깁니다. 또 일 년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건이 생기는 방법도 여러 가지 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