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마지막 주일이 되면 예외없이 설교의 제목은 ‘에벤에셀 하나님’입니다. 한두번 사정에 의해서 못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18년 목회에 16번의 설교제목이 에벤에셀 하나님이었습니다. 에벤에셀 이라는 뜻은 사무엘상에 나오는 돌의 이름입니다. 블레셋과 이스라엘이 싸우게 될 때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도와 큰 승리를 얻게 하시자, 선지자 사무엘이 미스바와 센 이라는 지방 사이에 돌을 하나 세워 하나님의 도우심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세운 기념돌이고, 의미는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입니다.
매년 1월 1일이 되면 졸업한 신학교 동문들이 학교다닐 때 총장으로 계셨던 총장님을 모시고 신년예배를 드립니다. 졸업한 신대원은 동문회가 잘 되지 않습니다. 모두 너무 바쁘고 더 중요한 것은 잘나서 동문회에 얼굴을 내밀 이유가 없다는 것이 말은 안하지만 내부의 진단입니다. 그런 동문들이 신년하례때 만큼은 많이들 모입니다. 대략 80여명이 모이니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그때 듣는 설교의 제목도 늘 ‘에벤에셀 하나님’입니다.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주신 서정운 총장님의 설교제목입니다. 모이는 동문들은 당연히 설교제목이 ‘에벤에셀 하나님’인줄 알고 옵니다.
1995년도 처음 신학대학원을 들어갔을 때 학교생활이 힘들 것이라고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생각대로 착착 진행되리가 생각했는데 착각이었습니다. 수업시간은 학부보다 더 길었고, 매주 내야할 숙제와 읽어야 할 책들로 정신없었습니다. 거기다가 교회사역을 병행하여야 합니다. 한국의 교육전도사는 주일날만 가서 설교한번 하고 오는 자리가 아니라, 한 부서를 책임지고 있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일산에 있던 교회에 금요일날부터 주일까지 거의 삼일을 보냈습니다. 당시 제가 맡고 있던 중등부와 청년부 인원이 400여명이니 심방하고 상담하고 교육하는 일이 삼일도 부족한 현실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첫아이가 갓태어나 아내도 힘들어 하던 시기입니다. 어떻게 한 학기가 지났는지 모릅니다. 마지막 종강예배를 드리는데 설교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마음이 뭉클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에벤에셀 하나님’ ,,,, 그랬습니다. 에벤에셀 하나님이 아니시면 감당할 수 없었던 시간입니다.
채플실에 기도하러 들어갔다가 등록금이나 생활비가 없어 기도하는 동기들의 기도소리를 듣습니다. 너무 힘들면 휴학하고... 삶이 오죽했겠습니까? 당시 교육전도사의 사례비는 시간제 아르바이트생이 버는 것보다도 못했습니다. 그나마 서울근교에서 사역을 하는 전도사들의 형편이 나아 기도하는 분들 옆에 돈놓고 가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형편이 그러니 그분들도 마지막 종강예배를 드릴때는 마음이 울컥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숙사에 사는 분들은 대부분 지방에서 사시는 분들입니다. 그분들은 금요일날 지방에 내려가 월요일 일찍 왔습니다. 그런 분들중에 결혼한 분들이 상당수 였기에 그분들에게도 마지막 종강예배를 드릴 때 에벤에셀 하나님은 하나님이 정말 도우셨구나 하는 은혜였습니다. 그렇게 6번 똑같은 설교제목을 듣고 나서 졸업을 했습니다.
인생을 돌아보면 하나님이 같이 하지 않으셨으면 정말 설 수 없는 존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감사하게 됩니다. 올 한해도 지켜주신 에벤에셀의 하나님을 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