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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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330불2024-02-07 09:57
작성자 Level 10

지난 주일 예배 끝난 후 사무실 책상위에 봉투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송의학 집사님이 놓고 가신 것인데, 봉투에 사연이 적혀져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4년전 그러니까 송의학 집사님의 나이 18살 되셨을 때 일입니다. 그때 어느 두부장사가 떨어뜨리고 간 돈을 주워 세명이 며칠을 굶다가 남대문에서 하는 꿀꿀이 찌개 먹고 겨우 살아났는데, 그 빚을 갚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봉투안에 들어가 있는 돈은 3백 30불이었습니다. 그 사연을 들었습니다. 참 안타까운 한국의 아픔이기도 했던 것이지요.

집사님의 고향은 평안북도 강계입니다. 저희교회에서는 문금자 장로님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15살에 삼팔선을 넘어 왔는데, 갈곳도 없이 사셨습니다. 그러다가 모병하는 사람에 의해 끌려 켈로부대에 들어가게 되셨답니다. 켈로부대는 특수부대로 한국육군소속이 아니었고 미군에 소속된 특수부대였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켈로부대는 어떤 특혜도 받지 못한채 한 섬에 풀어 놓고 제대를 시켰다고 합니다. 그래서 살기 위해 돌아오신 곳이 서울 동숭동 서울대학교 근처였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100여명이 모여서 함께 지내면서 살았는데, 다들 살길을 찾아 떠났고 오직 마지막까지 세 명이 남아서 의지하며 지냈다고 합니다. 이틀을 굶고 물만 마신채로 지내는데, 길 건너편에 두부장사가 가다가 마침 돈을 떨어뜨렸는데 그 돈이 3천 3백환 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미군부대에서 버린 음식 찌거기로 만든 꿀꿀이 죽이었다고 합니다. 한 그릇에 1천1백환...

그래서 남대문에서 파는 그 꿀꿀이 죽을 세 명이 먹고 살 수 있었다고 합니다. 늘 마음 한 켠에 그때 그 두부장수에게 빚을 갚을 수는 없지만, 훗날 돈을 벌면 꼭 좋은 일로 갚겠다고 결심했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급한데 돈쓰고, 먹고 살다보니 시간이 흘렀고, 나중에 하면 되지 생각하셨답니다. 다만 그 이후로 돈을 잃어버리시면 찾을 생각을 안했답니다. 누군가에게 참으로 좋은 일에 사용되겠지 하면서 말입니다.

얼마 전 송의학 집사님이 삼일동안 입원하셨었습니다. 의사의 말은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진단이었습니다. 다행히 수술을 하지 않고 나오셨지만 상당히 위험하였습니다. 병원을 나오실 때 생각은 언제 죽을지도 모르니 그 돈부터 마련해야 겠다는 생각이었답니다. 그래서 급하게 돈을 만드시고 저에게 “힘든 사람에게 써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보내졌습니다.

원래는 3천 3백환을 생각해서 3천 3백불을 모으려고 했는데, 이젠 그것은 불가능 하다고 생각하셨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 3백 3십불을 준비해 오셨습니다. 마침 토요일 묵상은 과부의 두 렙돈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보시고 하시는 말씀은 액수가 아닌 그 마음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집사님의 마음이 잘 전달되어 질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330불을 3천300불처럼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날 3천3백환이 세 사람이 살 수 있는 넉넉한 삶의 이유가 되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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