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 대표적인 순교자하면 일제시대때는 주기철 목사님, 그리고 6.25동란때는 보통 손양원 목사님을 뽑습니다. 특히 손양원 목사님은 두아들을 죽인 사람을 양자로 삼아 목숨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애양원의 나병환자들을 위해 순교하시기 전까지 헌신하였기에 목사님을 가리켜 ‘사랑의 원자탄’이라 불리웠습니다.
늘 목회자들이 존경하는 분이고 지금 젊은이들에게는 잊혀진 존재같지만, 20세기에는 기독교 사상의 상징으로, 대한민국 교회의 표징처럼 불리워졌던 분입니다.
3주전 목요 방송이 끝난 후에 방송편성 담당하시는 분이 손양원 목사님의 일대기중 일부분을 방송드라마로 만들어, 고난주간에 내 보내기로 결정을 했는데, 손양원 목사님 역을 맡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하셨습니다. 갑자기 들어온 제의라 부담스럽기도 하고 다른 출연자들은 누구냐고 여쭈었더니 방송 아나운서들이라고 합니다. 그 목소리 좋은 권영대, 김승철 목사님을 비롯한 아나운서들?... 자신없다고 말씀드렸는데, 방송 연출을 하신 분이 저에게 부탁하시기로 했다고 합니다. 제가 본적이 없는 분인데 방송연출을 전공하셨다고 합니다. 제 중보기도를 들으시고 결정하셨다고 합니다.
대본의 내용은 대략 신사참배 거부함으로 고통받으시는 이야기, 애양원에 들어가셔서 나병환자들을 돌보시는 이야기, 그리고 두아들을 잃고 드렸던 예배...
보통 녹음전에 미리 배역을 맡은 분들이 미리 대본을 읽어보는 과정을 ‘reading’이라고 합니다. 대본을 읽고 배역에 대한 분석을 하고 현장감있게 분석하는 것입니다.
첫 리딩전에 손양원 목사님을 다시 분석해야 합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손양원 목사님과의 만남... 그분과의 만남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충격적입니다. 어떻게 10대때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단 한번의 흔들림 없이 살아가실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분의 삶은 커녕 그분의 목소리 역할을 감당한다는 것조차 자신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두 아들을 순교의 재물로 보내고 하신 열가지 감사를 읽는 순간, 그 부분을 읽을 때마다 제 아이들이 생각나 도저히 담담한 어조로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부분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울컥해 집니다. 도저히 할수 없어 연출 담당에게 도저히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분이 말씀하시길 “목사님 저도 그부분이 마냥 담담한 어조로 했을까는 의심이 됩니다”라고 말씀해 주었습니다.
손목사님이 되서 다시 그 부분을 읽습니다. 그러나 저는 도저히 손양원 목사님이 될 수가 없습니다. 금요일에 여러 아나운서들과 함께 녹음을 했습니다. 역시 그분들은 프로들이라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자유자재로 소리를 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 아마추어인데다 가짜 손양원 목사님이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손양원 목사님의 일대기를 다시 읽고 목사님의 영화를 다시 보고,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믿음의 선진들이 만든 길이 단단해 보이는 것은 그분들의 눈물이, 아픔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단단한 길에 한자락 숟가락이라도 올릴 수 있을까요? 제 손에 쥐어진 것이 왠지 부끄러워지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