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몸과 마음을 다듬고 있습니다. 계획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어머니입니다. 이제 88세가 되신 어머니는 저만 바라는 분처럼 보이십니다. 그 자존심 강하던 성품은 어디에 가고, 제가 어디에 가면 언제 오는지 자꾸만 여동생에게 물어본다고 하니 꼼짝을 못합니다. 어머니에게 맞추다 보니 매일의 일상이 대부분 똑같은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계획했던 일들을 수정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저의 일상이 이렇습니다. 새벽 4시가 되면 일어납니다. 약간의 스트레칭을 하고 기도와 묵상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5시 30분이 되면 나가서 걷기 시작합니다. 조금씩 걷는 거리를 늘리고, 헤드폰을 끼고 찬양을 들으며 기도하며 걷는 것이 그렇게 행복합니다. 마음이 단순해 지니 기도가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을 즐길 여유는 없습니다. 엄마가 아침 6시만 되면 제가 오길 문을 열고 기다린다고 하시니, 아침에 일찍 들어가야 합니다. 엄마와 함께 식사를 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재활병원을 찾습니다. 그리고 돌아와 다시 엄마와 함께 점심식사를 합니다. 저를 위해 삼시세끼를 챙기는 여동생이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 일부러 정심약속을 잡고 식사를 하고 들어오기도 하고, 세끼를 다 먹어야 할때는 한 번은 꼭 어머니를 모시고 밖에 나가 식사하려고 노력합니다. 엄마는 제가 “나갈까?” 하는 말에 “집에서 먹자”하시지만 싫어하시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동생이 챙기는 영양식은 정말 죽을 맛입니다. 호박을 삶아 그 위에 치즈를 얹어 “오빠는 이것만 먹어” 하지를 않나, 두부에 토마토만 주지를 않나, 거기다가 장모님까지 맛없는(?) 건강식을 챙겨 날라대니 꼼짝없이 맛없는 것만 먹고 삽니다. 그 맛없는 것을 자꾸 먹으라는 엄마의 등살에 나날이 건강해 지고 있답니다. 집 앞에 나라에서 운영하는 도서실이 있습니다. 한달동안 책상주고 사물함 주는 가격이 고작 1만 5천원입니다. 낮에는 시원한 그곳에서 원없이 책읽으며 보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30분입니다. 그러면 일어나 몸을 움직이어야 합니다. 나름대로 재미있습니다. 동생이 3만권의 E-book을 저장한 곳에 회원 가입을 시켜 주었습니다. 인터넷만 되면 어디서나 읽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 어디를 가든 텔레비전이 틀어져 있습니다. 일본과의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있으니 하루종일 대담 프로입니다. 어디를 가든 그렇다 보니 눈감고 귀감고 하나님만으로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가 저를 임신한 후에 하나님께 드렸던 기도이야기를 다시 듣습니다. 기도하는데 임신한 것 같아 ‘하나님 만약에 아들 주시면 종으로 바치겠습니다’... 반항기에 들을 땐 족쇄와 같았던 이야기... 그런데, 그 말씀이 무겁게 그리고 감사하게 다가옵니다. 집에서 엄마와 보내는 것은 결코 계획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엄마에게 여전히 철없는 아들인 저는 저절로 젊은 시절로 돌아갑니다. 생각도 젊어지고 단순해집니다. 엄마만 있다면 형제들도 똑같습니다. 엄마가 있을 때만 가능한 일입니다. 엄마와 있다보니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자꾸 여기저기 아프다 하시고 오래 못 걸으시는 엄마가 아프게 다가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