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위에 몸을 올리면 몸무게가 재어지고 저절로 바가 내려와 키를 재는 기계가 병원에 있습니다. 키 168.5cm 분명히 고등학교때까지는 170이었는데 1.5cm가 줄었습니다. 초등학교때는 전교에서 가장 큰 키였습니다. 그리고 중학교때는 뒤에서 몇 번째... 그리고 어느새 친구들은 훌쩍 큰 고등학교 때 저의 키는 170cm에 멈추었습니다. 그때 저의 소원은 10cm 더 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5cm...
딱 5cm만 커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10cm가 큰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은데 5cm는 가능하지 않을까? 초등학교 가방에 늘 들어가 있던 30cm자의 6등분한 작은 단위 5cm... 키가 170에 멈춘 순간 가장 부러웠던 것은 180이 넘는 장대들이 아니고 딱 5cm더 큰 친구들 이었습니다. 작은 5cm인데 너무 차이가 나 보였습니다.
척추관협착증 수술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작은 구멍을 뚫어 하는 최소침습법입니다. 수술도 안전하고 회복도 빠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수술한 우리들 병원이 그 수술로 워낙 유명했기에, 내심 그렇게 하면 좋겠다 싶었 기도도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을 만난 후 상의하니 저는 이미 그렇게 하는 단계는 지나 척추 뒤를 절개하여 수술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말라고 딱 5cm만 자르겠다고 했습니다. ‘아이구! 근육과 인대를 5cm나 자르다니....’ 낙심되었습니다.
수술하고 돌아와 누워 있는데, 제 건너편 어른이 드레싱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분의 몸은 척추 뒤에 좌우로 20cm 정도의 엄청난 크기, 그리고 배쪽 으로도 그 정도의 절개 자국이 있었습니다. 척추를 통째로 바꾸는 것과 같은 매우 큰 수술을 한것입니다. 그분이 저를 보시고 하시는 말씀은 “내가 그 정도의 수술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셨습니다. 그제서야 저의 5cm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수술한 첫날... 수술을 후회했습니다. 몸을 움직일 수도 좌우로 몸을 틀 수도 없는 것입니다. 얼마나 몸이 아픈지 이러다가 다시 못 움직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이 되었는데도 몸을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주사를 맞을때마다 몸의 위치를 바꾸려면 딱 5cm만 엉치를 올리면 되는데, 그 5cm를 못 올리는 것입니다. 죽을 힘을 다해 5cm몸 틀기...딱 5cm만 엉치를 들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였습니다.
아내가 눕는 간이 침대는 쪼그리고 누워야 발과 머리가 침대안에 들어옵니다. 문제는 폭이 너무 좁아 자칫잘못하면 그냥 떨어지고 맙니다. 우스게 소리로 척추병원에서 병간호 하다가 척추병거린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너무 불편한 침대.... 그 침대가 폭이 딱 5cm만 커도 조금은 나을 것 같았습니다. 아내의 소원은 딱 5cm였습니다.
우리의 인생에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모르는 채 살아갑니다. 행복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데, 정작 소중한 것은 보지 못합니다. 정작 필요한 것은 5cm인데 우리는 늘 더큰 것을 원하기에 정작 필요한 것은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생각이 단순해 집니다. 지금 저에게 필요한 것은 5cm입니다. 작은 것 같은데 가장 간절한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저에게 필요한 것은 5cm,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지금 저에게 가장 필요한 5cm... 예수 그리스도 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