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에 신학대학원에 들어가서 가입한 서클이 ‘선교사 파송연구회’ 였습니다. 선교사적 삶을 추구하고 선교사들을 돕는 일을 감당하는 서클이었는데, 90년대의 시대적 상황에 맞게 매주 20여명의 신학생들이 모여서 연구하고 예배드리며 선교사적인 삶에 대해서 고민 했습니다.
그때 만난 동기가 강명관 선교사입니다. 그 외에도 해외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선교사들이 선교사 파송연구회 출신입니다.
처음 서클 모임분들과 인사를 나눌 때 2학년 전도사님이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하였습니다. 학교선생님인데, 선교사로 헌신하였기에 신학교로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선한 인상에 늘 모범이 되는 분이었는데, 아들의 이름을 듣는 순간 정말 대단한 분이다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첫째 아이의 이름이 ‘세품’이라는 것입니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아이가 얼마나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을까 생각했습니다. 전도사님이 아이의 이름을 세품이라고 지은 이야기를 말씀하셨습니다.
학교선생님을 하면서 1992년 한양대에서 열린 ‘선교한국’(선교한국은 격년마다 열렸던 한국 선교사 배출의 산실)에 참석했다가 세상을 품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로 결심한 후에 하나님께서 주신 아이의 이름을 세상을 품는 아이가 되라고 ‘세품’이라고 지었다는 것입니다. 그 선배 전도사님을 보면 늘 마음에 도전이 되곤 하였습니다.
교회 목회를 하면서 교회에는 세상과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참 많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을 가리켜 전문용어로 세속적인 그리스도인(worldly)이라고 말합니다. 예수를 믿기는 하는데 세상과 늘 타협하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이분들의 관심은 늘 자신에게 있습니다. 예수를 믿는 목적도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것입니다. 많은 크리스챤들이 그렇게 살아갑니다. 다른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을 품고 사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전문용어로 World christian 이라고 부릅니다.
나를 넘어서 세상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헌신한 그리스도인들입니다. 이들의 관심은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내년도 표어를 ‘세상을 품는 그리스도인’이라고 지었습니다. 산타아나에 와서 열심히 노력하고 애쓰시는 교우들 덕분에 그래도 주변을 돌볼 줄 아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소리를 듣게되었습니다. 우리 교회가 세상을 못 품기에 표어를 지은 것이 아니고 그럴 수 있는 교회라 생각했기에 표어를 지었습니다.
나이드신 아테네 시민이 연극을 보러갔는데 자리가 없었습니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자 아테네 시민들이 소리를 지릅니다.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시오” 소리를 많이들 지르지만 어느 누구도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어 노인은 외국인들이 관람하는 곳으로 갑니다. 그러자 스파르타 시민들이 일제히 일어나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그것을 보고 아테네 시민들이 모두 잘했다고 박수를 칩니다.
그러자 노인이 큰 소리로 외칩니다.
“아테네인은 선한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아는 민족입니다. 그리고. 스파르타인은 선한 것은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아는 민족입니다”
두려운 것이 있다면 세상 속에 그리스도인! 말로만 외치는 귀만 커진 목사, 교인, 교회가 될까 두려움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