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 것은 30이 넘어서입니다. 그것도 ‘아버지학교’ 숙제때 한 것이었습니다. 2003년인가에 아버지 학교를 다녀왔었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분이 두란노 아버지학교 책임자라 떠밀리듯 참석하였었습니다. 그중에 한가지 숙제가 아버지에게 편지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가까이 있을때는 고백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그 편지에 담았습니다. 물론 보내지 않는 줄 알고 숙제로 한 편지라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낯간지러운 이야기들을 편하게 썼습니다. 고등학교때 가장 존경하는 분으로 아버지를 써낸 적이 있었습니다. 생활비도 제대로 가져오지 못한 아버지였지만 옆에서 보기에 목사로서는 그만한 성품을 가진 분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적 정서가 크게 작용한 것이지요.
숙제로 제출한 편지를 잊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학교에서 그 편지를 한국의 아버지께 보낸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역시 아버지는 물론 저에게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전해주신 말씀은 그 편지 받고 아버지가 참 많이 위로받으시고 우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꽤 큰돈을 저에게 보내셨던 것도 기억합니다. 돌아가시고 나니 그때 그렇게 라도 마음을 전달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싶습니다.
지난 월요일, 다른 교회 장로님으로부터 문자를 받았습니다. 훌륭한 아들둬서 좋으시겠다는 말씀이신데, 너무 뜬금없는 표현이라 처음에는 잘못 온 문자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오후에 또 다른 장로님으로부터 온 메일을 통해서 제 아들이 방송국에 보낸 사연이 월요일 아침방송에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들에게 전화했더니 “그런 적이 없다”고 시치미를 딱 뗍니다. ‘네가 말하지 않으면 아빠가 다른 분들의 말씀에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른다’ 했더니, ‘목요일 방송국에 가서 확인하세요’ 라고 말합니다. 목요일에 방송을 진행했던 서소희 아나운서에게 아들이 보낸 내용, 그리고 방송으로 나간 부분을 받았습니다. 아들이 보낸 사연은 그냥 아빠 사랑한다는 표현이었습니다. 읽으며 우리 아버지도 이런 마음이셨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들의 사랑고백에 좋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비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그중에 한 표현이 다른 사람들이 예석이(제 큰아들 이름입니다)이에게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으면 늘 ‘아빠’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내 아버지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말이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를 생각 합니다.
하나님도 우리가 아버지 사랑합니다 고백하는 것을 듣고 싶지 않으실까요? 내가 하나님을 사랑합니다. 입을 벌려 고백하는 그 소리를 하나님은 듣고 싶으실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은 우리의 못한 행동보다는 그 소리에 더 귀 기울이실 것입니다. 아버지의 마음은 모두 똑같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 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