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잘 노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잘 놀지를 못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선교대회가 있을때, 많은 목사님들이 밤마다 두바이의 야경과
유명한 곳들을 찾아 갈 때에, 전 숙소에서 시차에 적응이 안 돼 멍한 상태로 일주일을 보내야 했습니다.
두바이를 다녀왔냐고 묻는다면, 아마 아시아나 호텔과 두바이 한인교회를 다녀온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저는 그런 곳에서 밖으로 나가면 마치 수업 젖히고 놀러 가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드나 봅니다. 그런데, 제 친구 중에 수업 젖히고 도망 다녔던 친구 중에 참 잘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혼자 있는 것입니다. 혼자 있으면 외롭다거나
답답한 것이 아니고 혼자 있으면 안정감을 느낍니다. 그런 저의 성격과 참 잘 맞는 것이 바로 음악이었습니다.
음악을 듣고 그림을 감상하고, 책을 보고 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종일 책만 보라고 해도 볼 수 있는데, 시력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책을 한두
시간 보면 난시로 인해 두통이 일어납니다. 어느 분이 학기 초 새로운 반, 새로운 친구, 새로운 선생님 만나는 것이 늘 두려웠다고 하는데, 제가 그랬습니다. 아무리 무서운 선생님이라도 저분이 그냥 일 년 더 선생님 하셨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집사람이 저를 오랫동안 알고 결혼했음에도, 제 성격을 알고는
당황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제가 목사가 돼서 설교하고 찬양을 인도하는 것은 정말 놀라운 기적 같은 일입니다. 사실 초등학교 땐 말도
더듬었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경건에 생각을 바꾼 것은 신학교 때 총장으로 계셨던 서정운 총장님입니다.
총장님은 늘 운동장에서 신학생들과 축구를 했습니다. 총장님의 지론은 ‘잘 노느게
경건이다’입니다. 문제는 어느 때 노느냐이고, 과연 노는 것이 경건이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잘 노는 게 경건인 것이 맞습니다.
청년들과 차 마시고 함께 운동하고 땀을 흘리면 친밀감이 생기고 다음에 함께 기도하고 찬양하는 데 힘이 납니다.
일 년에 한번 드리는 야외예배입니다.
행사로 끝나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예배 잘 드리고 잘 놀고, 잘 먹으면 교회는 더욱 경건(?)해질 것입니다. 여기저기서
서로 큰소리로 인사하는 불경건하지만 참된 경건이 일어날 것입니다. 서로 만든 음식을 한입에 넣을때
One Family라는 의미의 식구(食口)가 될 것입니다. 그럴려면 잘 놀아야 합니다. 윳놀이
할때도 치열해야 합니다. 큰소리 나는 것 같은데, 싸우면 정든다고,
치열하게 싸우고 서로 승부를 인정하면 정들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잘 노는날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