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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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상한 부활절, 그러나 의미있는 부활절2024-02-07 11:35
작성자 Level 10

종려주일을 밋밋하게 보내고 나서 부활절을 어떻게 하면 의미있게 보낼까 고민했습니다. 

두 가지를 계획했는데 한 가지는 예배를 보시면 아실 것 같고, 다른 한 가지는 성찬식입니다. 

몇몇 교회에서 성찬식을 준비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그것이 신학적으로 맞느냐 안맞느냐 부터 말들이 많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성찬식의 원래 유래가 예수님이 떡을 떼어 나누어 주시면서 행하셨던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온라인으로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월요일부터 고민하는데, 퍼뜩 1995년 중국 연길로 선교 갔을 때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서성이라는 곳에 몰래 성경공부하러 들어갔을 때입니다(그때는 중국이 지금처럼 개방되지 않았고, 종교적인 탄압도 심할 때였습니다). 일주일간 몰래 성경공부가 끝난 다음에 몇몇 중국교우들이 저에게 세례를 베풀어 달라고 했습니다. 자신들의 소원이 세례를 받는 것인데 목사님을 기다려도 없다라는 것입니다. 그때 중국의 목사는 대륙에 오직 5명이었을 때였습니다. 한국교회 헌법상 세례는 목사님들이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전도사라 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지만 “우리는 목사님을 만나지도 못하고 죽을 것입니다” 성경공부 시켜 줬으니 전도사님이 해주세요. 나중에는 울면서 간청을 하셨습니다. 

그분들의 간청에도 저는 세례를 줄까 말까 전혀 갈등하지 않았습니다. 감히 전도사인 내가 세례를 준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 생각한 것입니다. 그때는 그분들의 청을 거절한 것이 부담스럽지도 후회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후회한 것이 그때 왜 그분들에게 세례 주지 못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세례받지 못하고 돌아가시면 얼마나 마음이 어려우실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참 후회되었습니다. 나중에 가면 그때는 드려야지, 내가 목사 안수받고 가서 드려야지 .... 별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그때의 후회됨이 떠오르자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하자 생각했습니다. 얼굴을 못보지만 서로 예수님 안에서 한 몸인 것을 온라인 속에서 서로 나누자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우리의 구원자 이신 것을 선포하자는 것입니다. 

성찬식을 드리기로 마음먹자 다음 고민은 순서를 어디에 둬야 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설교는 예수님의 부활인데.... 그래서 부활하시기 전에 드리자. 해서 참회의 기도 시간에 넣었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 당황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있게 보내고 싶습니다. 부활절 날을 그전에는 하나의 교회 절기처럼 보냈다면 이번에는 나중에도 잊지 못할 예배로 드리고 싶습니다. 그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저부터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되어 졌습니다. 담임목사의 사고는 교역자들의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어떻게 성찬식을 할꺼냐는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저희 교회 교역자분들은 목사의 사고(?)를 사고로 생각하지 않으십니다. 도리어 계란도 삶아서 보내자 하십니다. 그것까지도 하자 하다가 마지막에 포기했습니다. 구역장님들도 수고해 주시고, 여러 분들이 수고하셨습니다. 목회자들이 우편이 아닌, 운전해서 집 앞에 갔다 놓고 구역장님들이 갖다 놓고 하시면서 이 일이 진행됩니다. 의미 있는 부활절이 되고 싶습니다. 예배드리기 전, 미리 잔에다 포도주스를 담고 쟁반에 준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이날을 기억하며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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