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계절이 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계절은 비가 오는 계절입니다. 한국 겨울엔 눈이 내리는데 캘리포니아에서는 비가 내립니다. 한국에서는 비오는 계절이면 모두 좋아했는데, 미국에 와서는 비 내리는 겨울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돌아가신 조병화 시인이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라는 시를 썼습니다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과거가 비가 오는 거리를 혼자 걸으면서 무언가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란다.
낙엽이 떨어져 뒹구는 거리에 한 줄의 시를 띄우지 못하는 사람은 애인이 없는 사람이란다.
함박눈 내리는 밤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도 꼭 닫힌 창문으로 눈이 가지지 않는 사람은 사랑의 덫을 모르는 가엾은 사람이란다.
밤에 잠들었을 때 비가 오면 속상할 정도로 비를 좋아합니다. 몇몇 교우들이 지난 주 비오는날 “목사님 비가 와서 좋겠어요”라고 말씀들 하셔서 “너무 행복해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정말 좋았습니다. 눈을 좋아하던 어린 시절이 지난 후, 눈 온뒤의 지저분한 거리를 본 어느 순간부터, 눈온 뒤에 더러워지는 세상보다, 비온 뒤에 깨끗한 세상을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제 마음같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다가 남성 중창팀이 참 많이 부른 찬양 “창문 두드리며 비가 오네” 거기에 나오는 가사 중에 “왜 아직 설로 헐뜯고 평화 모를까 왜 우리 눈은 이리 어둘까” 라는 대목이 되면 어느날은 목놓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비내리는 창밖을 보면 왠지 마음이 겸손해 집니다. 비를 보면서 가만히 있다 보면 내면의 소리가 들립니다. 마치 비와 함께 저의 내면 마저도 씻겨지는 것 같은 감동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날 만큼 사랑하는 가족이 옆에 있다는 것이 소중하게 다가올때도 없습니다. 비가올 때 사연을 만든 다면 이젠 가족과 만들고 싶습니다.
오늘은 현재지만, 내일엔 과거가 됩니다. 비오는 사람은 사연이 있다고 하는데, 비가 오는 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아름다운 사연을 만들고, 다음날이 되면 비오는 날은 우리의 아름다운 과거가 됩니다. 11월이 되니 자꾸 비가 언제 오나 인터넷으로 날씨를 검색하게 됩니다. 좋아하는 계절이 왔습니다. 비오는 계절이 왔습니다. 겸손하게 내면을 바라보는 계절이 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