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과 7월 중국에 상상을 초월하는 장마가 두 달여 동안 계속되면서 양자강 최대 댐인 샨사 댐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숫자에 맞먹는 수재민이 나왔고, 영상을 통해서 보면 다리까지 유실되는 등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울면서 인터뷰하는 내용들이 나올 때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7월 중순부터는 일본에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집중호우로 인하여 많은 분들이 집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갑자기 내린 비에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기까지 했습니다.
중국과 일본이 물난리를 겪을 때 유일하게 조용했던 한국이 지난주부터 쏟아지는 집중호우에 충청도 지역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칼럼을 쓰는 동안에도 경기도 철원등에 수많은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넓은 지역에 내리는 것이 아니고 국지성, 즉 어느 한곳에 집중적으로 내리다 보니 대비할 시간도 없이 사람이 죽고 다치고 집들이 무너집니다.
물난리를 겪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10대를 보냈던 장안동은 장마철만 되면 물난리를 겪었습니다. 집에서 5백 여 미터 떨어진 중량천은 비만 오면 넘쳤고 지대가 낮은 저희 집은 하수구에서 물이 역류하여 지하실에 물이 차는 현상을 겪었습니다. 보통 연탄은 지하실에 쌓아 둡니다.
비가 쏟아지면 지하실에 내려가서 연탄을 한 장이라고 건져야 합니다. 이 일이 보통이 아니고 그나마도 몇 장 건지지 못하고 물이 차면 그대로 포기해야 합니다. 부엌도 온통 물 천지입니다. 비가 그치면 양수기를 빌려 지하실부터 물을 퍼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이미 형체를 잃어버린 연탄들을 다라에 실어 연탄가게에 가져가면 무게를 달고 대충 가격을 치고 연탄으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수십 장이 겨우 열댓 장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그 일을 안 겪으려고 가을에 방수도 하고 노력도 해도 별수가 없었는데, 대대적인 중량천 제방공사를 한 후에 그런 일이 없어졌습니다.
당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르는 것이 물난리입니다. 쏟아지는 물에 건질 수 있는 것을 건지다가 계속해서 비가 쏟아지면 나중에는 다 포기하게 됩니다. 어린 제 눈에는 부질없는 짓 같은데, 부모님은 그런 와중에도 무엇이든 건지려고 애쓰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물난리가 지나고 나면 이불말리고 가재도구 씻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어릴 땐 몰랐는데 어른이라는 것은 참 대단한 것이구나, 어머니, 아버지는 참 대단한 분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뷰 하시면서 울부짖는 분들이 다시 일어서시라라 믿습니다.
노아의 홍수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쏟아지는 비에 컨테이너가 버스가 떠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묵상하게 됩니다. 온 나라마다 비가 멈추었다는 약속의 무지개가 떠올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