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20대 초반을 보냈던 시절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나왔었습니다. 거기에 나오는 동네의 모습은 저희 어머니가 사시는 곳과 거의 흡사합니다. 그 드라마 속에서 저는 20대를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기억한다는 것이 아플수도 있고 행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감사한 제목을 기억한다는 것은 너무 복된 일입니다.
2019년도가 그랬습니다. 교회나 가정은 무난하게 가고 있는 것 같았지만 제 개인으로는 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척추관 협착증으로 오래 고생하긴 했지만, 2019년도에 들어와서는 활동에 제약을 받을 정도로 극심해 졌습니다. 5분 이상 걷는 것도 5분 이상 서 있는 것도 힘이 들었습니다. 이미 MRI를 보고 진단한 의사의 소견은 수술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집사람과 동네 한 바퀴를 돌 때, 5분여 지나면 허리가 아파 쪼그리고 앉게 되고, 그 옆에서 서서 통증이 사라지길 기다리는 집사람을 바라보는 것은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설교시간에 5분 정도 설교하고는 다리를 들고 설교해야하는 것, 물론 교인들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할 수는 있지만, 그런 일들이 반복 되다보니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는 도저히 못살겠다는 생각에 당회에 이야기를 하고 수술을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결정과 더불어 너무나 많은 은혜의 이야기들이 제 인생에 발생했습니다. 끝까지 한국에서 수술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교단의 관계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분들이 직간접적으로 저를 도우셨습니다. 수술 후 집이 아닌 곳에서 머물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이 있으셨습니다.
교우들의 사랑과 기도는 말할 수도 없지요. 집사랑이랑 둘이서 한 달을 보낸 것도 결혼 후 처음 있는 일이고 그리고 결혼 후 엄마랑 있었던 한 달의 시간.... 모두 다 처음 갖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제 인생에 마치 보너스를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수술 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감사인지 알았습니다. 수술한지 한 달 후에 혼자 4시간을 걸은 적도 있습니다. 동대문에서 엄마가 계신 장안동까지 그냥 걸었습니다. 청량리쯤 가서 너무 힘들었지만 걷는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 끝까지 걸었습니다. 사실 그렇게 걸으면 절대로 안 된다 했는데, 걸을 수 있다는 기쁨과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응답하라 2019....
혹이나 또 다시 안 좋아질까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이렇게 걸을 수 있게 하신 것에 감사하고 2019년도를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 내는 것, 특히 결혼기념일, 어떤 날들을 기억하는 것이 밥이나 한 끼 먹자고 하는 일인가요? 그때의 그 감정을 기억하기 위함이 아닌가요?
지금 주어진 삶에서 감사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과거에 역사하신 하나님을 기억하며 감사하는 것은 오늘 나를 살게 하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주신 은혜를 감사하니 오늘이 더 감사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