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어버이회 마지막 모임이 장모집에서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석하셨고, 돌아갈 때는 교인이 준비해 주신 선물과 어버이회 임원들이 미리 준비한 떡까지 나누어 주어 풍성했습니다.
한해 나이를 먹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건강하신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켜 주셨습니다. 잘 뵙지 못했던 분들도 오시고 새로운 분들도 참석하셔서 어느 때보다 숫자적으로 풍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사가 때때마다 인사를 다 드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했는데 마흔네분이 참석하셨으니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손잡고 인사드릴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인사입니다. 어른들이다 보니 뒤에서 인사를 하기도 하고 들어오시면 허그도 합니다. 어느 어른이 삐져서 말씀하십니다. “나는 안아주지도 않고...” 한바탕 웃음이 어른들에게 흘러갑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잘 안는 편입니다. 주일날 오후가 되면 양복 어깨쪽이 어르신들 분 으로 하얗게 되는 꽤나 인기가 많은 목사입니다. 자리가 없어, 저는 밖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자주 오는 가게이다 보니 여 주인이 인사를 하러 오셨습니다. 거기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에게 이용해 주어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시고 떠나시면 되었는데, 안가시고 계속 거기에 계시더니 결국 엄청난 말씀을 던지시고 말았습니다. 저희 테이블에 계신 권사님께 “아 보니 사모님이시구나”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분은 바로 이서영 권사님 이셨습니다. 올해로 70이 넘으신 분이십니다. 물론 이서영 권사님이 참 젊어보이는 분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제 옆에는 이성엽 장로님이 앉아 계셨습니다. 이서영 권사님은 10년 아래인 이성엽 장로님보다 더 젊어 보이셨나 봅니다.(이서영 권사님은 그런 면에서 나중에 한턱 내야 합니다). 문제는 접니다. 이서영 권사님이 젊어 보이시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럼 나는 도대체 몇 살로 보인 것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맥도널드에서 senior 커피 나오는 것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것도 신경 쓰이더니 자주 일어나다 보니 그러려니 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억울한 것은 제 나이 이제 53세입니다.
동생이 지난 번 미국에 와서 제 얼굴을 보더니 “형 한국에 오면 내가 형 아래 주름진 눈가는 잘 펴줄게”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눈 아래에 주름이 생기는 것은 우리집의 유전적 영향입니다. 얼굴에 바르는 것을 싫어하고, 아무리 더운 날에도 썬크림을 바르지 않고 다녔으니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우리 집사람 13살에 처음 만났을 때 제나이 17살, 알고 지내고 부부로 산 시간이 36년이 지났습니다. 네 살 터울, 교회 오빠, 동생이었는데, 요즘 새로 오신 분들은 “목사님 좋으시겠어요. 젊은 사모님이랑 살아서요” 라는 말입니다. 아내가 시간만 나면 얼굴에 뭔가를 발라주기 시작하였습니다. 집사람도 내가 나이 들어보이는 것이 싫은가 봅니다. 오랜만에 알던 분을 만나면 “목사님은 어떻게 하나도 달라지지 않으셨어요”라는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그날 정말로 피부로 느꼈습니다. 교인들이 모였을 때 이야기 하니 보톡스 이야기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슬픈 12월입니다. 한해가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