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아무리 음악을 좋아해도 오페라를 가서 보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오페라 입장료가 만만치 않습니다. 저는 사실 오페라 아리아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오페라 전체를 보는 것은 따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페라를 관람한 적은 1997년까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노래선교단(연대, 이대 성악과로 구성된 선교단체) 지도를 하면서 원치 않아도 오페라를 보러 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생들이 오페라에 출연을 하게 되면 꼭 와달라고 부탁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에 연대 성악과에서 일년마다 오페라를 준비하는데 유명한 ‘세빌리야의 이발사’였습니다. 내용은 무척 유쾌한 것이지만 당시만 해도 그 오페라에 아는 것이라고는 ‘피가로 피가로 피가로’라는 것 외에는 없을 정도였습니다. 대부분 선교단 학생들이 출연하는 것이라, 온 가족이 출동했습니다. 예석이는 두 살이었고 아내의 거의 만삭이었습니다. 병원 근무가 끝나고 아내를 데리고 장충동 국립극장에 갔는데, 12시간 일한 아내는 거의 초죽음 상태에서 동행한 것입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아내는 옆에서 졸음을 참지 못해 연신 고개가 떨어지고, 저는 두 살난 예석이를 돌봐주는(아이들 캐어센터가 따로 있었습니다) 곳을 왔다갔다 해야만 했습니다. 끝내 끝까지 관람하지 못하고 미리 나와야 했습니다. 그 이후로 단 한번도 아내랑 오페라를 보러가지 않았습니다. 보통 혼자가서 학생들을 격려했습니다. 김성봉 집사가 LA Opera단원입니다. 이번에 베르디의 유명한 오페라 ‘돈 카를로’에 출연하면서 저희 부부를 초청했습니다. 더구나 77세된 도밍고가 테너에서 바리톤으로 전환한 후 출연하는 작품입니다. 아내랑 가는 두 번째 오페라였던 것입니다. 김성봉 집사가 아니면 도저히 볼 수 없는 엄청나게 비싼 오페라입니다. 가서 정말로 놀랜 것은 그 큰 극장에 거의 만석이었다는 것이고, 동양사람은 우리들 외에는 거의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부분 백인들이었고 그들은 무도회장을 입장하듯이 모두 정장에 드레스를 입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 많은 백인들이 어디서 왔을까? 그들은 중간에 쉬는 시간에는 서로 나와 음료수(대부분이 포도주)를 마시며 영화에 나오는 사교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비극적인 스페인의 카를로스 왕자의 역사 이야기를 다룬 오페라... 정략적인 결혼 때문에 연인이었던 프랑스 공주가 아버지와 결혼하는 것을 볼 수 밖에 없는 아들 카를로... 언제 시간이 갔나 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갑니다. 77세가 되었지만 여전히 청중을 압도하는 플라시고 도밍고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아무래도 합창이었습니다. 줄거리처럼 슬프게 들려오는 백성들의 합창이... 스페인 국왕의 선처를 구하며 노래하는 여섯명의 이교도의 합창이 가슴에 남습니다. 처음 오페라를 접하고 난후 20여년이 흘렀습니다. 20여년이 지나는 동안 참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이 바뀌었고, 좋아하는 스포츠도 바뀌었습니다. 대부분 음식은 건강음식이 되었고, 운동은 하는 운동에서 보는 운동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음악도 바뀌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장소도 바뀌었습니다. 복잡한 곳에서 한적한 곳으로, 조용한 곳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시간은 사람을 바꾸어 놓습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 좋아질 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좀더 좋아집니다. 예수님 만난지도 28년이 되었습니다. 점점 더 좋아져야 하는데, 점점 더 깊어져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생각하면 자신이 없습니다. 예수님과 28년을 살았으면 여쭙지 않아도 예수님 마음을 알아야 하는데....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면 여전히 세상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죽어야 끝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