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에 긍휼사역때마다 수고하시는 조집사님이 송편을 만드셨습니다. 심방이 있어 점심에 같이하지 못하고 집에 와서야 만드신 송편을 먹었습니다. 콩과 함께 만들어진 송편...
토요일에만 교회를 나오셨었는데 팬데믹오고, 그 이후로 화요일마다 봉사하시고, 늘 부엌에서 봉사하는 분들을 위해서 음식 봉사를 하셨는데 이번엔 송편을 만드신 것입니다. 송편을 만드신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곧 추석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가을녁 추수를 앞두고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은 설날과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인 명절이지요. 그리고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 ‘송편’ 어릴 때 자랐던 저희 집에서는 송편을 해서 먹은 적이 없었습니다. 늘 명절이 되면 해서 먹었던 것은 이북식 왕만두였습니다. 만두속을 큰 다라에 가득했으니 며칠을 만두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송편을 먹는 다는 것도 잘 몰랐고, 사실 친척들이 대부분 다 이북에 계시기 때문에 명절이라고 딱히 찾아오는 분도 없었습니다. 교인들이 갖다주는 송편이 있긴 했지만, 그것이 추석 음식인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친척이 없는 추석은 더 조용했고, 실향민이었던 어머니는 고향인 황해도 안악이야기를, 하셨지만, 아버지는 이북이야기를 입에 담으신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아마 어린 아이들이 알수도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명절이라고 특별하지 않았기에 남들도 다 그렇게 하고 사는 줄 알았습니다.
연애할 때 처음으로 처가에 가서 같이 송편을 빚었습니다. 송편을 빚으며 같이 모여서 송편을 만드는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식구들이 모여서 이야기 꽃을 피우는 시간인 것입니다. 그리고 송편속에 꿀이 들어갈지, 깨가 들어갈지, 콩이 들어갈지 잘 모르기에 먹으면서 입안에서 터지는 느낌도 좋았습니다.
송편의 ‘송’자는 소나무 송자를 씁니다. 솔잎을 깔아 송편이 서로 붙는 것을 막고 소나무 향내를 맡게 하기 위해서 라고 합니다. 처가에서 송편을 할때는 집에 들어갈 때부터 솔잎 냄새가 가득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돌아가신 장인께서 그전에 솔잎을 다 준비하셨던 것입니다. 지금도 집안 가득했던 솔잎향이 느껴지곤 합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릴때는 명절의 의미를 모르고 자랐지만 우리 가족만큼은 그러지 말아야되겠다 싶었는데, 몇 번 모이지 못하고 미국에 들어오고 말았습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추석보다는 미국적 명절인 추수감사절이나 되야 모일 것입니다. 나이가 드니 저절로 명절이 그리워지나 봅니다. 명절이 그리운 것이 아니고 가족이 그리운 것이겠지요.
추석이 얼마나 넉넉한 명절인지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가을의 넉넉함을 함께 나누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마 이곳에서 명절을 지켰던 분들도 올해는 쉽지 않겠지요. 그래도 2020년 추석에 하나님이 주시는 위로와 사랑이 넘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