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소설에서 기가막힌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어른이 되었다는 것은 짜장면을 좋아하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짬뽕을 시킬 때 그것이 바로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라고 합니다. 어느 분은 라면에 들어가 있는 파가 시원하게 느껴질 때가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합니다. 그러면 자녀들은 어떨까요?
미국에 와서 아직 타보지 못한 것이 버스이고 기차입니다. 버스는 효도관광때 타본것이 전부입니다. 19년 미국생활에?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럴 것입니다. 버스는 미국오기 전에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었고, 기차를 탈 기회가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저희 아이들도 대체로 그런 형편입니다. 큰아이나 둘째는 미국에서 버스나 기차를 탈 기회가 없었습니다. 어디를 움직이려고 하면 늘 데려다 주고 데려왔습니다. 그런데.....
막내는 다릅니다. 어느 날 페이스북에서 만난 야구동우회 사람을 만나기 위하여 혼자 Norwalk까지 버스를 타고 다녀왔습니다. 그것도 말도 안하고 말입니다. 갈때 2시간이 넘도록 버스를 갈아탔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데려와 줄 수 있느냐 전화해서 그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버스 타기는 점입가경이라는 말이 맞습니다.
애나하임 경기장에 아이가 좋아하는 ‘마아크 트라웃’이라는 걸출한 선수의 인형을 주는 날이 이주 전 금요일 이었습니다. 자신이 거기를 가겠다는 것입니다. 금요일이면 아내는 기도회로, 저도 다른 일로 바쁜데 어떻게 갈꺼냐 물었더니 버스타고 가면 된다고 합니다. 버스를 여러 번 타야 하는데 라고 이야기했더니 걱정하지 말라고 자신이 다 알아서 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버스타고 애나하임 경기장에 도착해서 전화를 했습니다. In and Out가서 햄버거 하나 사서 먹고 곧 들어간다고 합니다. 무려 3시간에 걸쳐 간 것입니다. 그리고 야구경기가 끝난 오후 10시 30분에 버스가 동네까지는 못간다 하니 와줄 수 있느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지난 금요일에는 영화를 친구랑 본다고 합니다. 어떻게 갈꺼냐 했더니 걱정하지 말라고 알아서 간다고 합니다.
25년전 결혼식 준비할 때 아버지가 결혼식 장소인 무궁교회 약도를 아주 자세하게 그려서 준비해 주셨습니다. 사실 교회가 외진 곳이라 찾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아주 간단하게 약도를 넣는 것이 당시 트렌드였기에 아버지께 “제가 알아서 할께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는 아주 간단한 약도를 넣었는데 그것 때문에 결혼식장 찾지 못하고 돌아간 분들이 아버지 친구 분들 중에 많았습니다. 아버지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 했는데 그때는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아버지께 여쭈어 볼것이 더 많아집니다. 살아계셨더라면 이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여쭈어야 하는 일들이 나이가 들수록 더 많아집니다. 반대로 요즘은 제 아이들에게 이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고 물어야 하는 것들도 많아졌습니다.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적 어른이 되어가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겸손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