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삶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어느 눈을 못보는 걸인이 구걸을 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그에게 적선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걸인 옆에는 “나는 오늘도 배가 고픕니다”라는 종이가 걸려있었습니다. 어느 사람이 걸인 옆에 놓여있는 도와달라는 문구를 수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글귀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적선을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수정된 종이에는 이렇게 씌여져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날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을 볼 수 없습니다”
어느 교우가 집사람에게 참 좋은 영화인데 사람들이 안보니 목사님이 한번 보시고 글을 써 주셨으면 좋겠다고 추천한 영화가 있습니다. 제목은 ‘말모이’... 일제 식민지 시절, 언어를 말살하려는 일본의 정책에 맞서 조선의 언어, 그리고 사전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의 노력을 그린 감동적인 영화입니다.
참 잘 만들어진 영화이고, 극장을 나올 때 뭔가 가슴속에 뭉클함을 전달해 주는 영화입니다. 한글을 못쓰게 함으로서 글을 잃어버릴 위기에 조선어를 잊지않기 위하여 표준어 사전에 만들려는 우리 선진들의 아픈 이야기였습니다. 언어를 지키려고 애쓴 분들은 목숨을 걸었습니다. 감시를 피하고, 고문도 견디며 언어를 지켰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사전은 또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언어의 변천이라는 것이 얼마나 빠른지... 어느 순간부터 한국의 모든 선생님들을 부르는 말은 ‘샘’이 되었습니다. 선생님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고 ... 지난 한글날 초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1위가 ‘헐’이라는 단어라고 합니다. 어이없는 일을 당할 때 쓰는 말이라고 합니다.
저는 줄임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상에서 짧게 쓰는 말이 설령 그것이 대세라고 해도 말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더욱 그렇게 변해질 것입니다.
제 사무실에, 그리고 집 책장에는 두꺼운 국어사전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설교에 맞는 단어를 찾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설교에 사용하는 단어는 중학생들 단어 수준에 맞추면 제일 좋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보니 좀더 쉬운 단어를 찾고, 들으면 바로 연상되는 단어를 찾는 것이 설교를 만드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사전이 필수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굳이 사전을 찾아볼 필요가 없습니다. 인터넷에 치면 동의어부터 반의어까지 그대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이 편하기는 한데 그러나 인터넷이 우리의 입을 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입에 붙어 그 사람의 언어가 되기 시작합니다. 비속어를 많이 사용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그의 언어가 됩니다. 그리고 그런 말을 자주 사용하게 되면 그것은 그의 인격이 됩니다. 간직하고 싶은 우리말, 우리 단어들을 지키는 것도 참 중요하지만 정작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은 언어는 무의미 합니다. 우리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전달되어지는 언어일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아름답게 전달되어지는 언어들.... 아마 사랑의 언어일 것입니다. 혹시 시간이 되시면 추천합니다. ‘말모이’ --- 언어를 모았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입술에는 사랑의 언어만 모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