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선교사님이 저에게 스트레스가 쌓이면 어떻게 푸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 잘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내용이라……. 스트레스가 없이 보냈던 적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 스트레스야 누구나 있는 건데 그렇다고 스트레스가 없는 것도 아닌데, 또 스트레스에 쌓여 사는 사람도 아니고……. 목회적인 답으로 ‘기도로 풉니다. 라고 말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아무리 기도해도 스트레스가 풀린 적은 없습니다. 기도는 하나님께 내 문제를 올려드리고, 하나님이 아시길 원하는 것이기도 하고, 가끔 악을 쓰면서 기도하면 마음이 시원해지기는 하지만, 그것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될 순 없습니다. 어차피 기도는 매일 새벽부터 시작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40대까지는 분명히 스트레스가 쌓인다 싶으면 혼자 음악 듣고, 혼자 책보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겼습니다. 혼자 있을 땐 집사람이 알아서 저에게 시간을 내 주었습니다. 늘 혼자 있는 공간을 마련했었습니다. 그래서 차고에 책장 집어넣고 책상 넣고 오디오 설치하고……. 어느 날인가 집사람이 “난 당신이 거기에 있을 땐, 마치 방해해서는 안 될 것 같아”라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 더 이상 그곳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지금 차고는 완전히 창고가 되었답니다). 그리고 50을 넘긴 이후로, 그럼 어떻게 시간을 보냈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러 다니는 것도 아니고 텔레비전을 잘 보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차고에서는 이미 시간 보내지 않은지 몇 년되어가고……. 곰곰이 생각해 보고는 선교사님께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특별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집사람과 함께 보낼 때, 어느새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요즘은 집사람과 있는 것이 가장 행복합니다. 그런데, 제 대답이 참 신기했나 봅니다. 선교사님이 만나는 사람들보다 “김인철 목사는 아내랑 있을 때 스트레스가 풀린데…….” 나이 들어서 인지 모릅니다. 다른 교회에서 행사를 해도, 모임이 있어도 늘 혼자 갔던 편이지 집사람을 데리고 다녀본 기억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함께 다닙니다. 어느 순간부터 혼자 그런 자리에 있는 것이 어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집사람이 옆에 있을 때가 편합니다. 철이 드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