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글쓰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렇다고 문학적인 감수성이 뛰어나 시를 쓴다던지 소설을 쓸 주제도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꽤나 유명했던 글쓰는 외삼촌이 있었고, 목사집안을 싫어하시던 외삼촌이 “그래도 네 집에선 네가 가장 쓸만하다”라고 하셨습니다. 이유는 외삼촌이 주시는 술을 넙죽넙죽 먹는 가장 비복음적이고 세상속에 때가 묻은 사람이 우리집에선 제가 유일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외삼촌 집에는 정말 엄청난 술들이 있었습니다. 정치드라마를 쓰시던 때라, 그때 생존하셨던 정치인들은 외삼촌이 글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졌기 때문에 술 좋아하는 삼촌에게 엄청나게 술을 선물로 보내셨던 것입니다. 삼촌 밑에서 글이나 쓰며 살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신문마다 독자 투고란이라는 것이 있는데, 신문사에서 사용하는 기고는 사람들이 읽을만해야하고, 자신들의 논조와 비슷해야 합니다. 아무리 잘 썼다 할지라도 신문사가 원하는 글이 아니면 안됩니다. 돈이 되는 글은 독자가 읽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돈이 되는 글을 기고해서 돈을 벌곤 했습니다.
설교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무리 잘 준비된 설교도 들리지 않으면 소용없이 없습니다. 설교를 준비할 때 가장 힘든 것은 성경 본문의 이해입니다. 어떤 성경 본문은 전혀 낯설고 설명이 어려울 것 같으면 설교하는 것이 두려워 집니다. “교우들이 설교를 들으신 다음에 도통 무슨 소리 했는지 모르겠다 하시면 어쩌지? 두려울 정도입니다.
지난주는 설교할 일이 거의 없는, 아마 어쩌면 다시는 설교할 일이 없는 빌레몬서가 주일날 본문이었습니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지난 주 어느 분과 식사를 하는데, “목사님 이번 주 빌레몬서를 무슨 책을 보시고 영감을 얻으셨나요?”라고 질문을 하셨습니다. “아니요. 제가 어떻게든 오네시모와 빌레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 소설처럼 만들어 보았습니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분은 멀리 발렌시아에서 예배를 드리러 오신 정현기 목사님이십니다.(목사님은 한국 CGN방송이 시작될 때 실무를 맡아 하셨고, 미국 CGN본부장으로 부임하셔서 일하셨던 분입니다) 하시는 일이 방송일이다 보니 설교를 듣는데 영화장면처럼 다가왔었다 하십니다. 목사님이 저에게 큰 칭찬을 하신 것입니다.
설교원고를 토요일 밤에 문장을 10번도 더 고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설교 한편이 지나갑니다. 교인들은 그렇게 오래 준비한 설교를 듣고 금방 또 잊어버립니다. 감사한 것은 저도 잊어버립니다. 그리고 주일날이 지나면 다시 월요일이 옵니다. 이상하게 월요일이 되면 곧 주일날이 다가올 것 같은 공포를 느낍니다. 예전엔 기쁨이었는데, 요즘은 들리지 않는 설교를 할까봐 갖는 두려움 입니다.
주일날 교우들이 들으시는 설교가 귀에 쏙쏙 들리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