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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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타임캡슐2024-02-07 11:51
작성자 Level 10

예전에는 오래된 유물들이 의도치 않게 묻혔다가 발견되지만, 어느때부터인가 국가적으로 50년, 혹은 100년후 후손들이 파내보라고 문화 유산을 캡슐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타임캡슐입니다. 연인들이, 혹은 친구들끼리 앞으로 10년이나 20년이 지난 다음에 이때 만나서 같이 열어보자 하며 기념될만한 것들을 함께 통에 넣어 땅속에 묻어 두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모두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어느 교우와 이야기 하다보니, 첫눈이 오면 우리 종로서적에서 모이자 하고 약속을 했었고, 첫눈이 오길래 가서 기다렸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었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핸드폰이 없던 시절의 추억이고 이야기입니다. 특히,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친한 친구들이 뿔뿔히 흩어지면서 자주 했던 약속입니다. 저는 청량리 시계탑이었고, 그날 몇몇 친구들이 함께 했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들이 올때까지 기다리는 마음... 

어느새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갔던 것.. 그러나 약속했던 친구들이 다 모였던 것은 아닙니다. 아마 나름대로의 상황이 있었을 것입니다. 

눈 오는날 오지 않았다고 해서 나쁜 것이 아닙니다. 그때, 졸업식날 그런 약속을 할때의 마음 만큼은 ‘첫눈이 오면 이 친구들, 꼭 만나야지’하는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첫눈 올 때 왠지 그때 그 친구들이 그리운 것만으로 그 시절로 마치 돌아간 것 같은 것만으로도 그 마음이면 족한 것이지요. 

아들로부터 편지가 왔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뜯으려고 했더니, 조금 이상합니다. 그것은 보낸 사람도 큰아들이고 받는 사람도 큰 아들로 되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낸 주소가 독일이 아닌 예전 학교 주소입니다. 그리고 우체국 소인은 노스캐롤라이나 였습니다. 아이는 연락이 안되고 이상해서, 뜯어 보았습니다. 

큰아들이 학교를 졸업하면서 학교생활을 뒤돌아 보며 본인에게 쓴 편지인데 어찌된 샘인지 일년이 지나서야 배달되었습니다. 아마 ROTC마지막 훈련을 하면서 쓴 것 같습니다. 본인이 본인에게 쓴 편지인지라 읽지 않고 다시 덮었습니다. 그 편지를 독일로 보낼 생각입니다. 일년전의 마음과 그 글을 읽는 현재의 마음이 어떨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유치하다 할까요? 아니면 그때의 그 마음을 간직하며 더욱 바르게 살려고 노력할까요?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타임캡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오래된 소중한 것들입니다. 물론 버려야 할 것들도 있지요. 버려야 할 것은 나쁜 것들입니다. 그리고 간직해야 하는 것은 아마 처음 가졌던 마음일 것입니다. 아들의 편지를 보고 새벽에 기도하는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처음 예수님 만나 사랑을 고백했던 그 마음으로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왠지 예수님과 더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오늘 이 마음으로 아내를 바라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왠지 더 이뻐보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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