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에 예준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팬데믹 상황이라 요란한 Prom Party등도 없이 아주 조용하게 지났습니다. 막내인 예준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다는 것은 저희 부부가 해야할 많은 의무에서 벗어남을 의미합니다. 대체로 자녀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운전면허도 따게되서, 더 이상 아이들의 스케줄대로 움직일 필요가 없게 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면 부모님들도 학교에 입학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관련된 일들이 많아집니다. 아이들 등하교 하는 시간에 맞춰서 모든 스케줄이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이젠 자유로워 질 수 있습니다. 우리 집사람은 이글을 읽으면서 어쩌면 ‘자기가 뭐 한게 있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참 미안한 일은 목회를 하면서 아이들 학교 보내는 일들을 전적으로 집사람에게만 맡겼다는 것입니다.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낼 때, 막내는 유모차에 태워 학교까지 걸어다닌 일입니다. 멀지 않은 학교였지만, 그때 ‘한사람만 봐줘도 좀 살 것 같은데...’ 라고 나중에 한 말이 오랫동안 미안함으로 남았습니다.
아이가 졸업하면 우리에게 뭐가 좋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먼저 성적표에 뭐가 나왔을까 묻지 않아서 좋습니다.
늦게 일어나는 것, 밤늦게까지 뭐한다고 잔소리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다 나가면 집사람과 편하게 살 수 있겠구나 하는 환상이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간단하게 먹고, 빨래도 일주일에 두세번 하면 될 것입니다.
아 시간이 많아지는 것이구나 생각했는데, 갑자기 어르신들이 했던 말씀들이 먹구름처럼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정말 악몽입니다. 직장 잡을 때까지 같이 있어야 합니다. 직장을 잡아도 같이 있겠다고 하면 내쫓을 방법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결혼하면 손주들이 태어납니다. 그러면 손주들의 태어남과 동시에 우리는 다시 입학을 하게 됩니다. 손주들 돌보아 주어야 하고, 특히 학교 데려다 주는 것이 할아버지, 할머니 몫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그건 졸업도 기약할 수 없다라는 것입니다. 세명의 아이들이 결혼하고 손주들을 낳으면 몇 명을 날지, 언제까지 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돌보려면 더 많은 체력적인 소모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직 일어날 일도 아닌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해 옵니다.
예수님 빨리 오시라고 기도할 수도 없고... 아이들보고 시집 장가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