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설교/컬럼

제목상태 인정하기2024-02-07 11:49
작성자 Level 10

볼링은 수도사들이 시작한 운동입니다. 그리고 혼자 자신의 점수를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탁구나 테니스처럼 운동하다가 서로 감정 상할 일이 없습니다. 테니스나 탁구는 너무 좌우로 주면 야비하다고 하고, 너무 잘못하면 둔하다고 말을 듣는다고 신학생들에게 볼링을 권면한 분은 다름이 아닌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님이셨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후 볼링 치는 걸 손놓고 있었는데, 그 말씀을 듣고 청년들과 함께 가끔 볼링을 치곤 했습니다. 잘하는 분들의 폼을 흉내내면서 치기 시작했는데, 점수가 곧잘 나오는 것입니다. 광장동에 볼링장이 있었습니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제 점수가 한달여 가장 높은 점수로 볼링장 점수판에 올라가 있곤 했었습니다. 미국에 와서 야드세일에 나온 볼링세트를 가지고 오렌지 연합교회에서 청년들과 몇 번 치기도 했지만, 가나안교회에서 목회를 하면서는 더 이상 볼링 칠기회가 없었습니다. 

입이 방정이라고 노회 한인 목회자들에게 예전에 볼링을 좋아했다고 했었는데, 그것을 기억하신 목사님이 본인 교인들과 볼링을 치시면서 초대한 적이 있습니다. 모르는 분들과 볼링을 치는 것도 어려운데, 당시에 이미 허리랑 무릎이 안좋을 때입니다. 목사님이 우리 김목사가 볼링좀 친다고 자꾸 말씀하시는데 ‘몸이 안좋다’는 말씀을 드리기가 어려웠습니다. 볼링은 점수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폼입니다. 폼이 흔들리지 말아야 평균 점수가 나옵니다. 특히, 왼쪽 무릎이 상체를 다 바쳐 주어야 하는 운동인데, 제가 한소리가 있어 무리하게 폼(?)을 잡고 공을 던졌습니다. 경기를 할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볼링을 치고 난 후, 무릎이 너무 아픈 것입니다. 몸에 느껴지는 감이 며칠 쉬면 무릎이 나아질 것이다 생각되어지지 않고 ‘이젠 오른쪽 다리를 뒤로 빼며 왼다리로 볼링핀을 끝까지 쳐다보며 공을 던지는 것은 마지막이겠구나 싶었습니다. 40대 중반의 일입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단 한번도 볼링을 쳐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운동 하나를 내려 놓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냥 안치면 되는 것이지 라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잘하는 것을 내려놓은 마음이 참 어려웠습니다. 


지난 목요일 허리를 굽히고 떨어진 종이를 줍고 머리를 드는 순간, 테이블 모서리에 이마가 부딪쳤습니다. 너무 급하게 움직이다가 순식간에 일어난 일입니다. 잠시 멍하게 있다가 정신을 차렸는데, 이마에 피가 너무 나는 것입니다. 집사람이 응급처방을 했는데, 깊이 들어간 것 같다고 아무래도 병원에 가봐야 할것 같다는 것입니다. 뭐 이정도 가지고 라고 했지만 지혈이 잘 안됩니다. 결국 urgent care에 들어가 꼬매게 되었습니다(많이 찢어진 것이 아니고 단 한번) 

마음이 어려웠습니다. 이마에 피가 나는 것이 아팠던 것도 아니고 실로 꼬맨 것이 힘들었던 것도 아닙니다. 예전에 안하던 짓(?)을 하는 제 모습이 너무 한심한 것입니다. 이젠 밑에 무엇인가를 집을 때도, 고개를 들때도 조심해야되나보다... 


늘 제가 돌보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38년을 챙겨준 교회후배 김현진이.... 

물에 내놓은 어린 아이보듯 저를 쳐다 보는 그 후배의 눈빛이 저를 더 힘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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