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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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엄마의 구순잔치2024-02-07 11:45
작성자 Level 10

이북에서 어렵지 않게 사시던 어머니가 개척교회 목사 사모가 된 이후부터 고생이 시작되었고, 우실일이 많으셨을텐데, 저는 엄마가 하나님께 우는 것 외에는 본적이 없어, 늘 우리 엄마는 울지 않으시는 강한 분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심지어 군대 가는 장남에게, 다른 엄마들은 훈련소까지 쫓아와 눈물로 보내지만 저희 가족은 그런 절차도 생략이었습니다. 갑자기 결정된 입영!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드리고 택시를 타고 떠나는 순간까지 아버지는 우는데 엄마는 울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 아버지 품에 안겨 우시는 엄마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결혼식 할 때 또 한 번 엄마는 우셨습니다. 저는 좋아 싱글벙글 인데, 엄마가 너무 우셔서 모인 하객들이 저희 집사람을 너무 걱정(?)했습니다. 


미국 생활 21년, 5년 계획하고 들어온 미국에서 이렇게 오래 생활할 줄 몰랐습니다. 그때는 5년도 긴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미국으로 돌아가는 날에도 엄마는 제 앞에서 울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5년여 만에 한국에 돌아갈 기회가 생겼을 때, 늘 한 켠에 무거운 부모님... 

누구보다 좋아 아시리라 생각했던 엄마가 ‘선지자가 고향에서는 높임을 받을 수 없다’라는 말씀으로 제 한국행을 말리셨습니다. 그랬던 엄마가 요즘은 가까운 곳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는 말씀을 하셔서 참 마음이 어려웠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걸리고 ‘죽을 수도 있다’라는 과장된 기도제목들이 퍼져나갔습니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지요. 그리고 그 과장된 기도제목은 알리고 싶지 않았던 한국의 우리 가족에게도 들어가, 한바탕 큰일 났었습니다. 엄마에게 만큼은 모르게 하고 싶었던 일입니다. 

특히 올해가 엄마의 90세, 구순입니다. 아들 목사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신 것이 29년, 그리고 신학교 간 다음부터 마음졸이시며 기도하신지가 26년입니다. 거기에 늘 아들이 병 때문에 엄마를 걱정 끼쳐 드리는 것이 참 못할 짓입니다. 


올해 구순잔치를 위해 특별한 계획도 많이 했는데,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한국의 가족들끼리 모여 조촐한 잔치하고, Zoom으로 흩어진 가족들이 인사하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지난주일 저녁이었습니다. 

예석이는 독일에서 새벽에 참여하였고, 텔레비전으로 연결하여 얼굴을 뵈면서 같이 잔치에 참여했습니다. 마땅히 어른인 매형이 기도하셔야 했지만, 매형은 어머니 100세가 되실 때 하기로 하고, 제가 대표로 기도했습니다. 짧은 기도이지만 수많은 생각이 오고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목사이다 보니 누구보다 많은 기도의 지원을 받습니다. 그래도 늘 엄마의 기도를 많이 의지하게 됩니다. 엄마가 혹이나 어떻게 될까 늘 걱정이라... “엄마 오래 살아야.. 나 목회할 수 있어. 엄마 기도가 너무 필요해” 

요즘은 투정이신지, 가끔 빨리 천국가고 싶다고 하셔서 두려운 마음입니다. 엄마가 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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