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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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귀차니즘과 단순화....2024-02-07 11:45
작성자 Level 10

어느 교우와 말씀을 나누는데, “우리 남편은 ‘귀차니즘’입니다” 이라고 말씀하셔서 도대체 귀차니즘이 뭐지 하고 찾아보았더니 ‘귀찮다’라는 국어 형용사 어간을 어근 삼아 영어 접미사 "-ism"을 붙여서 만든 신조어라고 합니다. 파생어로 귀찮음을 많이 느끼는 사람을 뜻하는 ‘귀차니스트’라고 합니다. 

몸을 써야 하는 일이 싫고, 귀찮고 누워있고 싶고 하는 등, 부정적인 것을 표현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인류의 발달은 이 귀차니즘에서 시작되었다 볼 수 있습니다. 걸어가기 싫어서 마차도 만들고, 결국 자동차를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다른 나라를 빨리 갈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비행기를 만들었고, 편한 잠을 자기 위해 침대가 개발되고, 편하게 요리를 빨리 먹기 위해 인스턴트식품 등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모든 과학의 문명은 이 하기 싫은 일들을 어떻게 하면 편리하게 할까 생각하면서 만들어진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귀차니즘에 의해서 새로운 것들이 나오게 되면 많은 것들은 버려지게 됩니다. 

귀찮다... 

그중에 하나가 무엇을 입고 나갈까 하는 것입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신발은 늘 신고 나가는 것을 신고 나갑니다. 옷도 마찬가지입니다. 차에 추우면 입을 잠바 하나 두고 나갈 때는 것의 같은 옷을 입습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는 옷도 사지 않게 됩니다. 옷도 젊을 때 사는 것이라는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2019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노점상에서 양말 열 켤레를 7불에 사게 되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한국의 양말 수준은 세계적인데 그 좋은 양말이 7불이라니....거기다가 운동화에도 구두에도 다 잘 어울리는 회색입니다. 그 양말을 2019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대체로 그 양말만 신었습니다.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빨래하다가 하나를 찾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똑같은 것이 18개 있기 때문에 하나 없어지면 있는 것 하나 빼서 신으면 됩니다. 양말의 한쪽이 헤어져도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하나만 버리면 됩니다. 그렇게 하나둘씩 양말이 헤어지더니 결국 이제 세 짝이 남았습니다. 

이 남은 세 짝이 신경이 쓰입니다. 저것다 없어지만 또 양말 신경을 써야 하나 괜히 마음이 쓰입니다. 집에 양말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귀차니즘과 단순화는 비슷한 데가 있습니다. 단순하게 사는 삶도 많은 것은 편하게 만듭니다. 요즘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참 많이 버립니다. 아내는 제 책을 버리고, 저는 오래된 것들을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래된 것들이 참 많습니다. 원래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이제 버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과학이 발달하고, 더 단순한 삶을 위해 버리기 시작합니다. 다 버리고 나중에 예수님만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아 말 잘못했습니다. 아내도 남겨두어야 할 듯합니다. 없으면 불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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