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첫 방은 옥탑방이었습니다. 처음으로 가졌던 방인지라 너무 좋았는데 문제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는 것입니다. 여름은 그래도 선풍기로 견딜 수 있는데, 겨울은 견디기가 어려워 결국 갈탄난로를(연탄난로만한 것인데 석탄과 비슷한 갈탄을 사용하였던...) 청계천에서 사서 그 방에 두었습니다. 갈탄을 구할 수는 없고 나무를 때기로 했는데, 갈탄난로는 입구가 너무 작아, 늘 동네를 돌아다니며 나무를 주워 작게 잘라 불을 지폈습니다. 나무 타는 냄새가 그렇게 좋았습니다. 겨울엔 늘 나무를 주으러 다니는 것이 일과였습니다.
대학생이 되어 간 백마(지금의 일산지역, 예전에는 신촌에서 기차타고 가면 음악카페들이 있던 시골이었습니다)라는 곳에서 큰 벽난로를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음악 좋아하던 저는, 벽난로에서 타는 나무들을 보며 그곳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당시 그 카페에는 강산애라는 이름 없는 가수가 노래를 곧 잘했었습니다.(나중에 아주 유명한 가수가 되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살고 싶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면 강변에 나무로 집짓고 음악 하는 친구들이 Live로 노래하는 카페를 차려 평생 그렇게 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마른 장작보다 더 부족한 저에게 예수님이 다가오셨습니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도, 카페를 차리겠다는 생각도 모두 바뀌어 제 꿈은 예수님이 되었습니다.
2004년도에 어느 교우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그 집에 벽난로가 있었습니다. 주일 새벽이 되면 그곳에 나무를 떼고 묵상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뭘 몰라, 화학처리 된 나무들을 떼서 거기서 나는 냄새와 연기 때문에 같이 살던 교우가 참 어려워했지만 저는 그 냄새마저 좋았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벽난로가 있는데, 1950년대 만든 벽난로라 말 그대로 벽에 붙어 있어, 그 앞에만 따뜻한 난로입니다. 그런 오래된 벽난로에 Fireplace insert라는 앞으로 튀어나온 철로 된 난로를 켜서 난방하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무지하게 비싸고 설치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터넷을 뒤져 Applevalley의 중고 난로를 찾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인데, 고풍스럽고 괜찮았습니다. 가격도 상상할 수 없는 가격입니다. 더구나 파는 분이 이쪽에 올 일이 있다고 갖다 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년 12월에 그것을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것은 굴뚝을 따로 설치할 필요도 없어서, 아들과 더불어 끙끙거리며 집어넣었습니다.
코로나에 걸려 집에 있는 동안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는데, 부작용이 불면이었습니다. 거짓말처럼 밤 12시가 되면 눈이 떠졌습니다. 그러면 거실에 조용히 나가 나무를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타는 불꽃을 바라보면서 찬양도 하고 묵상도 하고 인생도 돌아보았습니다.
아! 하나님이 내 어릴 적 소원을 이럴 때 들어주시는구나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어느 교우가 “목사님 디베랴 바닷가 같아요” 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랬습니다. 예수님이 조용히 모닥불을 피우시고 생선을 구우시고 베드로에게 말없이 건네 주셨던 그 은혜가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저에게 무슨 말씀을 해주시면 참 좋겠는데, 그냥 같이 계셔 주셨습니다. 밤 12시만 되면 제가 예수님을 찾아간 것이 아니고 예수님이 미리 그 자리에 계시는 것 같았습니다.
잠을 못자는 것이 아니고 저를 회복시키는 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예수님이 어느 순간 물어보시는 것이었습니다. 디베랴 바닷가에서 베드로에게 물어보셨듯이 “인철아 나를 사랑하느냐?” 이렇게 물어보셨을 것 같지요? 아닙니다. “인철아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을 아느냐?” 말씀하셨습니다.
잊지 못할 추억을 벽난로 앞에서 예수님과 즐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