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이라는 말의 뜻은 생각나는 대로 쓰는 단편적인 생각을 말합니다. 기억나는 1973년대 크리스마스 단상이니,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의 이야기입니다.
놀이문화가 없던 시대에 성탄절 이브(24일)날 행사는 마을 잔치와 같았지요. 대체로 부모님들은 교회를 안 나오셔서 자녀들이 교회를 많이 다닐 때라 자식들이 나오는 율동, 연극, 그리고 암송등이 나올 때마다 부모님들이 환호를 질렀던 장면이 그대로 기억납니다.
아버지가 연희동에 개척하신 교회는 시멘트 공사가 안 된 흙바닥에 먼저 벽을 쌓아 만든 교회였습니다. (훗날 시멘트 바닥공사를 했지만 제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흙바닥이었습니다)
그때 아직 초등학교를 들어가지 않은 제 또래들은 암송을 했습니다. 암송에도 등급이 있는데, 저희가 외운 말씀 중 가장 유명한 말씀은 누가복음 2장 14절 말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여...”라는 것이지요. 선생님들은 아버지 체면을 생각해서인지 처음에 저보고 14절을 외우라고 했습니다. 아직 한글을 모르는 저는 선생님이 몇 번 반복해서 알려주시면 외우는 방식이었습니다. 교회 선생님이 반복하여 시켰는데, 도저히 그것이 외워지지 않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곤혹스러운 얼굴도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는 결국 14절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8절 말씀인 “그 지경에 목자들이 밖에서 밤에 자기 양떼를 지키더니”라는 아주 짧은 첫 구절을 외우게 했습니다. 이미 사실 14절보다 8절이 쉬운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14절을 못 외웠습니다. 이상하게 14절에서 8절로 내려간 이후에 있었던 분위기가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선생님들은 제가 8절도 못 외울까 걱정하고, 어린 친구들은 저 머리 나쁘다고 놀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해 성탄절, 성경암송 시간에 머리 나쁜 목사 아들은 8절을 외우고 다른 친구들은 다른 요절을 외우면서 은혜롭게 끝마쳤습니다. 그런데, 괜한 자격지심으로 창피해 하고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너무 생생합니다. 어른들이 다른 친구들 요절 암송할 때 좋아하고 소리 치고 했던 것이 마치 저하고 비교하며 즐거워하는 것 같아, 앞에 서 있는 동안에도 제 얼굴이 빨개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어린 저에게는 오래 남는 성탄절입니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우리 가족들이 저를 놀릴 때 써 먹던 이야기가 된 것도 이것입니다. 누나가 심심하면 ‘그 지경에 목자들이 밖에서 밤에...’라고 하면 온 가족이 합창하며 저를 놀렸습니다.
우리들에게도 어떤 성탄절이 있을 것입니다. 그날의 단상을 오늘은 자녀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