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었던 책중에 이화여대 정신과 교수였던 이근후 선생님이 쓰신 책의 제목이 “나는 죽을때까지 재미있게 살다 죽고싶다”입니다. 제목은 거창한데, 사실 그분이 이 글을 쓰실때의 삶이 그렇게 재미있는 것은 아닙니다. 젊은 날, 히말라야 산을 정복한 산악인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이가 들어 한쪽눈은 완전히 실명하였고, 심한 당뇨와 여러 가지 질병으로 인해 건강이 망가진 상태입니다. 그의 글에 TV에서 100세 시대라고 하며 건강하게 사는 나이드신 분들의 모습이 나이들어 가는 사람의 일반화된 모습일 수 없다라는 것입니다. 그는 의사로서 산악인으로 많은 일을 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뒤로 하고 오늘 본인에게 주어진 삶속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 주어진 삶에 맞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사실 읽으려고 해서 읽은 책이 아닌, 도서실에 꽂혀 있길래, 책장에 기대어 읽기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책에서 ‘나이 먹어감의 자연스러움’을 보았습니다.
저는 제 인생에 나이 먹어가면 일어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보다는 부자유함으로 보았습니다.
저는 44살에 심장마비가 두 번이나 와서 몸에 스텐트를 해야 했습니다. 당뇨와 고혈압 판정을 받은 것은 이미 15년 전의 일이고, 이번엔 척추관 협착증 수술을 하고, 오십견 치료를 위해 수면 마취를 한 상태에서 어깨를 강제로 돌리는 시술도 해야만 했습니다. 몸을 함부로 한 일이기 때문이다 라고 할수도 있지만, 이것이 만약 내가 좋아하는 일, 그것도 하나님과 함께 했던 일상 가운데 일어났던 일이라면 그냥 열심히 산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요즘 한국은 딱 둘로 나뉘어 싸우는 것 같습니다. 일본 문제까지 겹치면서 중간이 없습니다. 치료를 받고 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어른들이 서로 싸우기 시작합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을 하며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데, 보다 못한 한분이 “제발 나가서 싸우라”고 소리 질렀더니 소리를 지른 분을 향해 심한 욕을 하는 바람에 말리려던 분까지 싸움에 가세 더큰 싸움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참다 참다가 한 어른의 허리를 감았습니다. “어르신, 그렇지 않아도 다들 힘든데 왜 그러세요” 그리고는 그분을 뒤에서 안은 채 자리에 앉혔습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싸우는 분들 사이에 섰습니다. 아무말 하지 않고 손잡이를 잡은 채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슴이 답답해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그러자 소리가 줄어들더니 더 이상 싸우지들 않으십니다. 집에 와서 이야기를 했더니 여동생부터, 어머니까지 미쳤다, 그러다가 다치면 어쩌려고 그랬느냐고 하십니다. ‘한국에서는 모른 척 하는 것이 제일이다’
그런데, 만약에 그런 일이 있을 때 조용히 하면 나도 저렇게 늙을까 두렵습니다. 늙음의 자연스러움이 아닌 자신것만을 고집할까 두렵습니다. 화를 내고 분노하고 소리지르는 것이 아닌, 그 삶에 수긍하며 인정하며 살아가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런데, 저도 멀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제가 그 싸움에 그렇게 목숨걸고 말리기에는 저의 얼굴에도 주름이 있습니다. ‘모른척 하는 것이 나이에 맞는 것은 아닐까?’ 자연스러움, 나이에 맞는 자연스러운 행동, 받아들임, 더구나 신앙의 경륜을 따라 살아가는 자연스러움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