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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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식구(食口)2024-02-07 11:25
작성자 Level 10

요즘은 가족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지만, 한국적인 정서에서 가족보다는 식구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식구! 

입에 들어가는 음식이 같은 것... 당연히 가족을 뜻합니다. 그런데, 정작 식구의 사전적인 의미는 가족을 뜻하지 않습니다. 

1.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 

2. 같은 부서등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을 친근하게 부르는 표현

어릴 때 어땠나요? 한 밥상에 앉아 찌개놓고 반찬놓고 이 숟가락 저 숟가락 들어가며 먹던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참 정겨운 광경입니다. (물론 위생을 생각하는 시대에는 있을 수 없는 장면이 되어 버리고 말았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장성해서 떠나고 나면 식구라기 보다는 가족입니다. 식구인데 같은 밥을 안먹고 살게 되는 것이지요. 가족입니다. 

미국에서 생활한지 벌써 19년이 되었습니다. 두아이 손잡고 왔는데 막내까지 태어나 다섯 식구가 되었습니다. 다섯이 식구처럼 13년을 살았는데 6년전부터 우리는 네 식구였습니다. 큰아들이 대학을 들어가면서 식구에서는 떨어져 나가 가족의 테두리에만 있었습니다. 어쩌다가 오면 다시 식구가 되지만 며칠이 안되어 다시 가족으로 돌아갑니다. 가끔 이녀석이 교회 후배들 불러다가 요리를 해서 대접한다고 합니다. 음식 만드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들은 시장보는 것마저도 좋아합니다. 후배들이나 다른 사람들 불러놓고 밥을 먹는 모습을 찍어보내면 식구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교회식구들이 생긴 것입니다. 교회도 그렇지 않나요? 모두들 똑같은 음식을 먹습니다. 늘 앉는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합니다. 어느새 그곳은 식구들 모임이 되었습니다. 식탁 공동체라고 말합니다. 밥투정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왜 그러느냐고 할 수 있지만 그것도 이해가 됩니다. 식구들이니까 할수 있는 것입니다. 

이번에 두아이가 다 졸업을 합니다. 다행히 다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졸업은 곧 식구에서 가족으로 넘어가는 일들이 많아짐을 느끼게 됩니다. 이제 점점 더 식구로서의 시간은 멀어질 것입니다. 졸업하는 것이 기특하면서도 이젠 가족의 자리로 보내주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날이나 어머니날이되면 초대를 해서 밥을 먹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늘 먹던 것이 아닌, 일년에 몇 번 밥을 같이 먹는 관계가 되어 갈 것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식구였던 우리 형제들은 장성해서 각기 몇 년에나 한번 만나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각기 다른 식구를 만들었고 오랜만에 만나면 식구가 아닌 형제이고 가족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형제는 금방 식구가 됩니다. 왜 그럴까요? 엄마 앞에 모이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한국에 가면 엄마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되면 예전으로 돌아가 땡깡도 부리고 밥투정도 하게 됩니다. 엄마앞에서는 가족이 아닌 늘 식구가 되는 것이 정말 신기합니다. 

식구가 가족이 되고 그 가족이 다시 식구를 만들고 합니다. 아이들 졸업이 기특하기도 하고 미래를 생각하면 섭섭해 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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