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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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점점 더 사라지는 것, 낭만...2024-02-07 11:57
작성자 Level 10

제가 살던 장안동에서 청량리역은 멀지 않았습니다. 대성리, 청평, 가평으로 가려면 청량리 역전에서 모였고, 입구쪽에는 멀리서도 볼 수 있는 시계탑이 있어, 종종 만남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몇시까지 청량리 시계탑에서...” 

청량리 역은 늘 분주했었습니다. 수많은 어른들이 자식들, 손주들 보려 오셨던 곳이고, 기다림의 장소였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만남의 장소도 늘 그곳이었습니다. 서로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 대중적인 장소가 만남에 가장 안전한 것이죠. 친구들과 만나기로 약속하고 한 친구라도 안나오면 “그만 가자. 못 오나보다” 해도 떠나지 못하는 것은 떠난 다음에 올까봐, 이동한 곳을 전해줄 방법이 없어, 5시간 6시간 기다렸다는 전설을 만들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삐삐가 나오고, 핸드폰이 대중화 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만남도 헤어짐도, 이별통보도 다 쉽게 되었습니다. 전화로 이별을 통보하고, 약속을 파기합니다. 거기다가 좀더 나가서, 문자 발송이 되어지기 시작하자, 이젠 굳이 말로 전달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핸드폰과 더불어 낭만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카톡이 발달하게 되면서 한국에 소식을 전하는 일도 하루가 아닌, 바로 바로 전달하게 된 것입니다. 세상이 편해지긴 했는데 간절함이 사라졌습니다. 몇 년전에 한국에서부터 들고 왔던 카셋 테이프를 정리했었습니다. 버리기가 아까워 계속 보관했었는데, 듣기도 쉽지 않아 결국 다 버렸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CD를 정리해야 합니다. 영화 사랑과 영혼에 나왔던 CD를 수십장씩 넣는 플레이어를 보면서 ‘와우 미국엔 별게 다있네’했는데, 막상 CD100장씩 들어가는 플레이어를 교회 사무실에도 집에도 설치해 놓았었는데, 그것이 문제 였습니다. 사실 CD를 100장씩 넣으면 어디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도 잘 모르게 됩니다. 나중에 꺼내서 케이스에 넣는 것도 일입니다. 집사람이 제발 버리라고 말합니다. 아내가 잔소리 하면 점점 더 눈에 안보이는 곳으로 옮기다 보니 결국 창고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어느샌가 모든 음악은 youtuebe로 듣게 되었습니다. 핸드폰과 휴대용 스피커만 있으면 어디에서든지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좋기는 한데... 가끔 LP판을 틀어 음악을 들으면 어느새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합니다. 

사람이 쓴 편지를 받아보는 것도 12월이 되어서야 가능합니다. 손으로 꾹꾹 눌러쓴 카드를 보다가 어느 사이에 마음이 뭉클해 질 때가 있습니다. 한국에 가면, 오래전에 모아놓았던 편지들이 있습니다. 군대에 갔을 때 고생한다고 보내주었던 교회 후배들의 편지들도 있었고, 집사람과 주고 받았던 편지도 있었고, 집회를 하고 난후에 주고 받았던 편지들도 있었습니다. 이메일이라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의 일들입니다. 한국에 갔을 때 날을 잡아 읽다보면 하루가 지나갑니다. 예전의 추억들이 그대로 가슴에 남게 됩니다. 

낭만이 사라진 시대... 

낭만을 이야기 하는 것 보니 어느새 꼰대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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