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교회가 위치한 산타아나시는 오렌지 카운티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살고 있고, 1889년도에 카운티 정부가 들어선 오렌지 카운티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입니다. 정부청사가 있는 다운타운은 마치 유럽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곤 합니다.
그렇게 오래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합니다. 가끔 목회지가 어디냐는 질문에 “산타아나시에 위치합니다”라고 말씀드리면 “산타아나 시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십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대부분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고 한인들을 비롯한 다른 인종이 선호하는 지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산타아나시가 어디 있는지는 몰라도 산타아나 바람은 압니다. 사실 산타아나 바람과 산타아나시와는 별로 관계가 없습니다. 서부 내륙의 분지에서 불어온 바람이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넘으면서 건조하고 강한 돌풍으로 바뀌어 부는 바람을 지칭해 산타아나 바람이라고 부르는 것이고 올해 유난히 산불이 많았는데, 그 모든 바람의 근원이 산타아나 바람입니다. 산타아나시와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가끔 교회쪽으로 바람이 불면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수요일, 추수감사절 전날부터 아주 센 바람이 불었습니다. 교회에 설치해 놓은 텐트가 걱정이 되긴 했지만, 잘 견디고 있는 듯 해서 안심했는데, 금요일 아침에 와보니, 텐트 하나는 100M를 넘게 날아 주차장 끝에 있었고, 나머지 두 개도 폴은 부러지고 휘어지고, 그리고 천막은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다 찢어진 상태였습니다. 팬데믹기간에 야외에서 예배드리기 위해 설치 놓았던 것들이라 텐트 중에서는 그래도 아주 단단한 것들인데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흉물처럼 변하고 말았습니다.
할 수 없이 모두 철거시키고 훵해진 곳을 바라보는데, 성경의 말씀들이 떠 오릅니다. 홍해를 가른 바람, 메뚜기떼를 몰고 온 바람, 그리고 급하고 강한 바람으로 역사하셨던 성령의 바람...
성령님에 대해서 말씀하실 때, 바람으로 설명을 종종 합니다. ‘바람’과 ‘성령’을 표현하는 단어가 동일하게 ‘프뉴마’이기 때문입니다.
바람의 힘은 대단했습니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데 텐트를 날려 버렸습니다. 분명히 바람이 부는 것은 느끼는데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성령의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령의 사람은 무슨 눈에 보이는 행동을 해서 성령의 사람이 아닙니다. 섞어 놓으면 다 똑같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성령의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합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데, 성령의 사람이 그곳에 머물게 되면 그곳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산타아나시에 성령의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