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도 5월에 제대할 즈음에 사람, 여행에 관련된 어떤 사람의 글을 읽고 이거다 하며 처음으로 회가딱했습니다. 회까닥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것에 빠져서 정신을 잃다입니다. 첫 번째 회까닥은 학교로 복학하지 않고 1년 동안 원 없이 해보고 싶은 것을 하는 것입니다. 내 조국 한국을 돌아다녀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군대를 가면서 처음으로 서울을 떠나서 지내봤었을 만큼 한국을 몰랐습니다. 대성리, 청평, 가평정도가 M.T를 가면서 아는 정도였으니까요. 마침 누나가 미국으로 가면서 타던 차를 제가 몰고 다닐수가 있었습니다. 그 차를 타고 참 많이 다녔습니다. 멀리는 부산에서부터 해남, 여수, 광주, 벌교등.... 가서 사람을 만나고 며칠을 보내다 돌아왔습니다. 일년동안 원없이 책을 읽으리라고 작정했습니다. 너무 읽고 싶었던 책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떠날땐 늘 책을 사서 움직였습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 그 사람이 10년 동안 고민하며 쓴 내용을 단 몇시간만에 가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책을 찾아 청계천 헌책방도 뒤지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일 년을 원 없이 보냈지만 긴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남들보다 일년이 늦어진 것입니다. 그래도 젊은날 회까닥 해보니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책을 읽었던 것은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책에서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마치 보석을 찾는 것과 같은 기쁨이었습니다. 일 년 동안 정말 원 없이 책을 읽고 돌아다녔습니다. 그렇게 책을 사고 모으다 보니 책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욕심이 생깁니다. 평생을 가지고 갈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두 번째 회까닥 할 때 다 버리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회까닥은 신앙적인 것입니다. 예수님이 전부다라고 생각하면서 부터는 일반서적을 읽는 것이 시시해 졌습니다. 그때 회까닥하며 음반도 책들도 한번 정리가 되었습니다. 사랑했던 고전부터, 많은 책들이 시시해 지면서 정리가 되었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후, 신앙서적을 읽게 되었습니다. 마침 당시 한국은 기독교계의 폭발적인 부흥으로 인해, 일반서점보다 훨씬 더 잘되는 것이 기독교서점이었고 출판사이었습니다. 새로 나온 책들을 안보면 안되는 사람처럼 일주일에 두 세번씩 기독교 서점을 들렀습니다. 전도사 시절에도 끊임없이 책을 샀습니다. 책을 읽지 않으면 마치 도태되는 것과 같은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은 책들을 두고 미국에 왔었습니다. 그러다가 2001년 서울대 학생들이 미국에 들어올 때 본인들 짐과 더불어 라면 박스로 하나씩 제 책을 들고 LA를 방문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많은 책을 샀습니다. 아내는 늘 제가 사는 책과 쌓이는 것이 마음에 어려움인 것 같습니다. 어느 날 한번 책을 정리했으면 좋겟다 합니다. 그래서 찬찬히 책들을 봅니다. 20년 전에 보고 다시는 보지 않은 책들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보지 않을 것 같고, 아니 어느 누구도 안볼 것 같은 책들이 있습니다. 그런 책들이 3천권이 넘습니다. 아내가 성화입니다. 이참에 버리자 하고 결정을 했는데 다시 멈추게 됩니다. 지금이 제일 좋은 찬스인데 하며 또 망설여집니다. 또 한 번 회까닥해야 할 듯 합니다. 인생에 가끔 회까닥하는 것이 정리되는데에는 도움이 됩니다. 무엇인가에 다시 한 번 회까닥해야 하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