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여러 가지 일로 정신없을 때 교회 사무실 전화가 울립니다. 긍휼사역에 정신들이 없어서 어느 누구 전화를 받지 못했습니다. 음성 메시지를 남기는 소리가 들리는데, 전혀 알지 못하는 생소한 목소리입니다.
나중에 전화를 드렸더니, 83세된 다른 교회를 섬기시는 장로님입니다. 1971년도에 미국에 오셔서 사신지가 50여년이 되셨다고 합니다. 용건은 이런 내용이셨습니다. 지난 목요일 복음방송 특집을 들으시고 나서 하나님께 받은 은혜도 있고 해서 국가에서 받은 1,200불을 헌금하고 싶으시다고 합니다. 장로님이 제 이야기를 잘못 오해하신 것 같아서 방송에서 이야기한 취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저희 교회에다가 헌금하라는 말씀이 아니고 어려운 분들에게 흘려보내라는 말씀이었고, 정히 보내실 곳이 없으시면 섬기시는 교회에 헌금하십시오”
그랬더니 목사님 이야기를 오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서는 장로님이 처음 미국에 오시면서 신앙생활 하신 이야기를 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믿음의 1세대답게 사셨지만, 섬기는 교회에는 부침이 있었습니다. 지금 다니시는 교회가 있지만 등록은 하지 않은 상태라 합니다. 그러시면서 새벽에 꿈도 꾸었기 때문에 급한 마음에 전화를 하신다 합니다.
장로님은 꿈꾸셨던 내용도 함께 말씀하고 싶어 하셨지만, 화요일 그렇게 장로님의 이야기를 다 들어들일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나이드신 분들을 자주 뵙다 보니 다가오는 것은 당신의 인생의 이야기를 흘려 보내시고 싶어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헌금을 어떻게 전달하면 좋겠느냐고 자꾸 말씀을 하셔서 속으로 받으러 가기도 하고 메일로 보내십시오 라고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장로님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찾아 뵙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목요일 방송이 끝나고 방송국 주변에서 만나 뵙기로 했습니다. 그날 장로님은 아마 본인의 삶의 여정가운데 역사하셨던 하나님의 이야기를 저에게 흘려보내실 것 같습니다.
흘러감.. 세월 속에 붙잡아 놓았던 것도 흘려보내야 합니다. 물도 고여 있어서는 안 되고, 피도 고여 있어서는 안 됩니다. 세월도 붙잡아 놓아서는 안 됩니다. 여러 교인들이 취지를 깨닫고 본인들이 가지고 있던 것들도 세상으로 흘려 보내기 시작하셨습니다. 흘려보내면 아름다운 일들이 발생합니다.
또한 인생의 답답함을 흘려보내는 가장 좋은 것 중에 하나가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월을 흘려보내는 그 순간, 말씀하시는 것은 중간에 끊지 않고 말씀을 잘 하시도록 하는 것은 들어 들이는 것입니다. 경청하는 것... 누군가 고여 있는 마음속의 것을 흘려보내는 참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날인데,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 듣지 못했던 것이 참 아쉽습니다. 아버지도 말씀하고 싶으셨던 이야기들이 참 많았을텐데, 목회하시면서 있으셨던 일들, 교회 개척하시면서 당하셨던 일들... 지금 들어보면 참 좋은 이야기들을 듣지 못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때는 제가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귀 기울이지 않았는지 모릅니다. 아버지가 잘 흘려보내셨으면 지금 저에게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되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