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첫째 딸 주은이를 낳기 전에 학교 기숙사 식구들과 Baby Shower를 하는 날 뱃속의 아이에게 편지를 써오라고 해서 써놓은 글입*니다. 그런데 종종 읽으면서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다짐을 하는데...... 같이 나누었으면 해서 올려봅니다.
* 주은이의 태명이 "은이"였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딸에게...
너무도 보고싶은 은이야.
네게 쓰는 첫번 편지에 사실 마음이 많이 떨린다.
은이야, 아빠와 엄마는 원래 한국에서 태어나고 한국에서 자라고 공부하였는데, 미국에 잠시 공부를 하기 위해 와 있는 거란다.
그런데, 네가 미국에 있는 동안에 태어나게 되어 사실은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단다. 또 네가 미국 시민으로 태어나는 것도 네게 좋은 일인지 하는 문제까지도 말이다. 그리고, 과연 이 곳에서 엄마 아빠가 경제적으로 편안하지 못한 형편인데 네게 해 주고 싶은 아빠의 욕심을 어떻게 채울까? 하는 것도 이 아빠에겐 마음 가운데 큰 짐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은이야, 나중에 네가 이런 형편과 사실을 알고 엄마와 아빠를 원망하게 되더라도 말이다. 네가 꼭 기억해야 할 일이 있단다. 엄마가 너를 뱃 속에 품고 있는 동안에 드렸던 기도와 또 엄마가 아프고 힘들면서도 자신의 몸보다는 너를 먼저 생각하고 인내했던 날들, 그리고, 너를 한국에서 가졌다면, 엄마와 아빠는 매우 이기적이고 교만한 부모가 되었을 텐데, 하나님의 때와 장소는 엄마와 아빠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너로 인해 행복해지고, 관계가 좋아지고, 감사가 넘쳐나는 계기가 되었단다. 아빠의 너에 대한 욕심까지도 포기하게 만드는 하나님의 계획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은이야, 지금 너는 너의 삶 가운데 가장 편안한 곳에서 편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단다. 네가 태어나면 아마 의사 선생님이 네 엉덩이를 힘차게 때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빠는 아마 네 부드러운 몸의 한 부분을 가위로 잘라낼지도 모른다. 은이야 아마 두 번 다 매우 아플거야
그럼 너는 힘차게 울어주기 바란다. 소리쳐 울며 반항해도 아마 귀여울꺼야. 엄마 닮아서 벌써부터 내숭을 떨면 엄마와 아빠는 진짜 무지하게 긴장하며 염려할 일들이 많아질꺼야.
은이야 나는 네가 평생에 이런 사람이 되길 원한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을 최고로 여기는 다윗과 같은 사람, 사람을 사랑할 줄 알고, 사람들과 경쟁하기보다는 사람들을 섬기는 선한 사마리아인 같은 사람. 보리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를 공동체를 위해 내어 놓는 어린 아이와 같은 사람. 제자들에게도 버림받고 죽임을 당한 예수님을 새벽녁에 찾아간 여인네들과 같은 사람, 늘 악을 선으로 갚는 요셉과 같은 사람.
은이야, 우리가 볼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10달 동안 엄마가 고생 했으니, 네가 나오면 아빠가 엄마보다 10배는 더 돌보아 주고 사랑해 줄께.
우리 그때까지 서로 건강하고, 엄마 힘들게 하지 말고 서로서로....
안녕...P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