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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

posted Oct 01, 2017

10월 2일부터 한국은 추석연휴라고 합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듯이 추석명절은 추수하고 난 풍요로움이 넘치는 명절입니다. 사실 저에게는 추석에 대한 기억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고향이 두분 다 이북이셨기에, 그리고 같이 내려온 일가친척이 거의 없으셨기에 어릴 적에 경험한 추석은 다른 날과 별로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도리어 시끌벅적하고 새 옷을 입고 친척들에게 용돈 받은 친구들을 보며 부러워했던 것이 추석이었습니다.

부모님들은 추석에 대해서 시쿤둥 아니면 그저 그랬다 생각했는데, 나이가 먹으니까 그것이 아닙니다. 부모님은 갈 수가 없었던 고향 산천을 그리워 하시면서도 내색하기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저에게 지금 고향은 서울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서울을 군대생활 잠깐 빼고는 떠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자란 서울은 오늘날의 서울과는 전혀 다릅니다만 지금 어머니가 계신 곳은 77년부터 한곳에서 살고 계십니다. 다른 곳은 다 개발이 되었는데 어머니 사시는 곳만은 바뀐 것이 없습니다.

장안동의 그 집은 그리움이 서려있는 집입니다. 거기서 처음으로 내 방인 옥탑방을 가졌었습니다. 그리고 새벽이면 옥상에 텃밭을 만들기 위하여 아버지는 흙을 나르셨고 어느 정도 흙이 채워지자, 그 다음부터는 어머니가 거기에다가 심으신 채소를 돌보시러 올라오셨습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깻잎과 고추나무등, 그리고 상추를 캐던 어머니의 뒷모습이 떠오릅니다.

추석이 가까이 오면 텔레비전에 소개되었던 모습들은 모두 귀성차량으로 몸살을 앓는 고속도로, 그리고 겨우 차편하나 얻어 내려가는 서울역에 모인 분들의 모습들 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남들은 다 추석이면 고향으로 내려간다는데, 우리 부모님은 모두 이북이시라 갈 곳이 없구나... 부모님을 생각하지 못했던 어린시절이라 시골 고향이 없는 것을 불행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은 다릅니다. 저의 처지가 예전에 부모님과 같기 때문입니다. 고향이 있지만 쉽게 가지 못하는 곳에 있다보니 두분이 얼마나 추석같은 명절이 되면 외로우셨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는 그 마음을 잘 몰랐습니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 이 노래를 모르는 나이 드신 분들이 어디 있을까요? ‘꿈에 본 내 고향’ 이 노래를 지은 배경이야 말할 것도 없이 분단된 조국, 그리고 이북에 고향을 두고 온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저희 교회에는 이북이 고향이신데, 이북도 가지 못하고 오래 살아온 대한민국도 가지 못하고 제 삼의 고향인 이 미국 땅에서 추석을 보내야 하는 어르신들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고향에는 큰 아들이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기다릴 노모가 있습니다. 쉽게 올 수 없는 길인 줄 알면서도 기다리시는 어머니! 그러나 기다리시는 어머니만큼 갈수만 있다면 똥차를 몰고서라도 어머니를 뵈고 싶어 하는 아들의 마음도 있습니다. 가끔 오렌지카운티에는 눈이 안 내릴까 속상합니다. 눈이라도 내리면 고향의 향취라도 느껴질텐데 말입니다. 이번 주는 더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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